[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옆 도로. 10여대의 신차를 실은 대형 트럭이 서 있었다. 트럭에 실려있는 차량들을 대부분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TG'였다. 이번 삼성 정기인사 때 새로 '별'을 단 임원에게 제공되는 차량들이다.

1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올해 삼성 신임 임원 대다수는 회사에서 지급받는 차량으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TG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새내기 임원으로 승진한 상무보는 모두 207명. 이들 가운데 70%가 넘는 임원들이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차량으로 그랜저TG를 선택했으며, 'SM7'은 30% 정도에 그쳤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작년에는 SM7을 선택한 신임 임원이 80%를 넘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면서 "70%가 넘는 임원들이 그랜저를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승진한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SM7과 그랜저 중에 그랜저를 선택했는데, 내 주변의 임원 승진자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왜 그럴까.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배기량과 신차의 차이다. 삼성은 그동안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신임 임원들에게 품위유지 차원에서 2000cc급 대형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차종은 르노삼성차의 SM7과 현대자동차의 그랜저TG,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등이다.

작년에는 SM7을 택한 임원이 압도적을 많았다. 이유는 같은 2000cc급에서 당시 현대차의 '그랜저XG'보다 SM7의 배기량이 컸고 신차였기 때문이다. SM7의 경우는 기본형이 2300cc였고, 그랜저XG의 경우 2000cc였다. 하지만 작년 5월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내놓으면서 가장 낮은 등급의 차량 배기량이 2700cc로 기존 그랜저보다 크게 높아졌다. 물론 같은 등급의 SM7 기본형보다 배기량이 높다.

삼성그룹 차량 대여를 맡은 삼성카드 리스팀의 김기동 과장은 "현대차의 경우 기본형이 2700cc부터 시작하다 보니까 같은 급의 SM7이 2300cc인 것보다 선택률이 높은 것 같다"면서 "차량 가격은 작년보다 올랐지만 두 차종 사이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또 SM7이 나온지 13개월이 지난 반면, 신형그랜저는 출고된 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신차 효과를 삼성 임원들도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 한 신임 임원은 "같은 등급이라면 좀더 신차에다가 배기량이 높은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