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온지 넉달. 많은 것이 아직 낯설지만 그래도 가장 황당한 것은 이들의 교통 문화(? 그런게 있다면)입니다.
그 동안 델리에 살면서, 그리고 몇 군데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역시 다른 곳에 쓴 글이라 경어체가 아님을 이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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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오기 전 여러 가지 준비한 것 가운데 국제 운전 면허증도 있다. 혹시나 이곳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일이 있을까봐 강서 면허시험장까지 가서 만들어왔다. 그런데 넉 달이 지난 지금 국제 면허증은 무용지물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네루 대학까지 오는 동안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문득 여행 안내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델리에서 운전하는 것은 다이나마이트를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인도의 도로는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집합체이다.

먼저 사람. 델리만 하더라도 보도와 차도가 구별된 곳이 많지 않다. 구별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도의 경우 포장 상태가 불량해서 사람이 걷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도를 보도 삼아 걷는다. 게다가 델리에서도 횡단 보도를 발견하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가끔씩 한국의 횡단보도 표지가 도로 바닥에 그려져 있는데 이는 과속 방지턱을 나타낸다.
사람을 다시 나눠보면 장애인, 비장애인, 걸인으로 나눌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행선지가 있어서 움직인다. 그들은 아무때나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로 뛰어들어 길을 건넌다. 여기서는 무단횡단이라는 개념이 없다. 사람이 길을 건너면 이것이 곧 횡단인 셈이다. 이는 장애인들과 노인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이다.
걸인들의 경우 교차로 부근 상습 정체 구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정체된 차량 주변으로 모여들어 창문을 두드리며 한 푼 줍쇼를 계속한다. 당연히 차량 진행에 엄청난 방해가 된다.

두번째 부류는 동물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것으로 소와 개(강아지)를 들 수 있다. 인도가 소를 숭배하는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도로를 활보하는 소를 보면 화가 치민다. 경적을 울려도 느긋하게 제 갈 길만 간다. 해결 방법은? 알아서 피해가는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소의 경우는 진행 방향을 짐작할수라도 있고 덩치가 커서 멀리서도 보이지만 개는 소에 비해 덩치도 작고 하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강아지는 말할 나위도 없다. 방법은 역시 알아서 조심하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세번째는 사람이나 소가 끄는 수레. 속도가 느려 대처하기는 편하지만 앞에서 길을 가로막고 있으면 끝장이다.

네번째는 자전거. 거의 개 수준으로 골치  아픈  탈 것이다. 간혹 와서 부딪히기도 한다.

다섯번째는 싸이클 릭샤. 올드 델리나 지방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타지 마할로 유명한 아그라에서는 주요 이동 수단이다. 성질이거친 릭샤왈라라도 만날라치면 거의 롤러 코스터를 타는 수준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여섯번째는 화물 오토 릭샤. 옛날 한국의 삼륜차보다 작은 짐차다. 속도가 느려 뒤에 있으면 열불이 터진다.

일곱번째는 오토 릭샤. 오토바이 기관을 이용한 릭샤. 이들의 끼어들기 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이 몰리는 곳엔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역시 흐름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정원은 손님 세명 포함 네명이지만 10명이 한 차에 타 본 경험도 있다.

여덟번째는 화물차. 질보다 양이 우선하는 사회답게 엄청난 짐을 싣고 도심을 달린다. 주의 대상. 속도가 빠르지는 않으나 화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전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회전 구간에서는 멀리 피해가는게 상책이다.

아홉번째는 버스. 이는 다시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시내 버스와 관광 버스가 그것이다. 시내 버스는 잦은 정차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되지만 가끔 우회전을 위해서 돌진해 올 경우 난감하다.
관광 버스 역시 둘로 나뉜다. 인도 사람들이 주로 타는 로컬과 외국 관광객들이 타는 딜럭스가 있다. 딜럭스의 경우 얌전한 편이지만 로컬은 상대적으로 거친 운전 솜씨를 자랑한다.

열번째는 오토바이. 스쿠터를 포함한다. 조심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마지막 열 한번째로 인도 사람들이 Car라고 부르는 승용차. 크기도 각양각색인데, 대부분이 수동 기어 차량이다.

이렇게 대충 열 한 종류의 움직이는 것들이 한꺼번에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속도도 각각이고 방향도 각각이다. 신호등은 가뭄에 콩나듯 보이고 횡단보도는 없다. 방향 지시등은 특별한 경우(예를 들면 교통 경찰이 앞에 지키고 있다거나)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필요하다면 역주행을 하면서 경적을 울리고 라이트를 깜빡이는 경우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델리는 그나마 도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나은 편이다. 아그라에서 자이뿌르로 가는 길은 절반 정도가 비포장 도로인데 버스나 스용차에 타고 창문을 닫으면 덜하지만 기타 나머지 탈 것은 앞 차와 역방향 차량이 일으키는 먼지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결론. 가능하면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