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망언에 또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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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망언에 또 침묵하나

무대응외교가 자초한 결과 … 당당히 나서서 맞대응 해야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실효적 점유(占有)에서 한국의 배타적 영토이며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한국 영토이다. 일본은 이에 승복하지 않고 또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였다.

한국 국민들은 분노하여 고이즈미 발언을 ‘망언’으로 규탄하고 있는데 한국 외무부는 맞대응하지 않겠다고 또 도피하고 있다. 이래서는 독도를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당당히 맞대응하여 총리나 장관이나 외교부가 일본 망언을 비판, 부정하고 한국 영토임을 거듭 천명해야 국제사회에서 일본 총리 망언의 영향이 말소된다.

1996년 1월 1일부터 한국과 일본이 유엔 신해양법을 채택하여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일본은 우리 독도를 동해쪽 일본 EEZ 기점으로 국제사회에 채택 선언했다. 한국은 즉각 이를 부정, 비판하고 우리 영토인 독도를 한국 EEZ 기점으로 선언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러나 한국 외무부는 맞대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문 권고를 받아들여 1년 후인 1997년 7월에 ‘독도기점’을 포기하고 ‘울릉도기점’ 채택을 세계에 선언했다. 무대응 주의로 후퇴하다가 일본의 공격외교에 도망친 셈이다. 누가 ‘독도기점 포기’를 권고했으며, 누가 이를 수용·채택했는지 국민과 국회는 반드시 조사하고 징계해야만 독도를 제대로 지킬 수 있다.

1999년 1월 22일 체결된 새 한·일 어업협정 때 외무부(자문 포함) 관계자는 어업협정이기 때문에 어업만 다루지 EEZ나 영토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안심하라고 하더니, 제1조에 ‘이 협정은 대한민국의 EEZ와 일본국의 EEZ에 적용한다’고 하여 EEZ 잠정협정을 겸하여 체결했다.

그리고 일본측의 ‘중간수역’ 제의를 받아들여 독도를 한국 영토를 시사하는 어떠한 표시도 없이 ‘중간수역’(일본호칭 일·한공동관리수역) 안에 넣었다. 울릉도는 한국 EEZ수역, 독도는 울릉도에서 분리되어 중간수역(한·일공동관리수역)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의 공격 외교에 한국 외무부가 또 밀리어 독도영유권을 훼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는 기이하게도 말로는 우리 땅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일본 주장을 받아들여 독도를 ‘논쟁지(論爭地)’가 아닌 ‘영토분쟁지’로 만들려는 일본 공격외교를 수용만 하려는 활동이 있다.

일본 총리의 망언을 비판하는 국민의 소리를 소란 피운다고 하면서, 침묵하는 것이 성숙한 대응이라고 일본 입장을 유리하게 만드는 활동이다. 제 아내를 만나는 사람마다 ‘저 여자가 내 아내’라고 하는 것은 성숙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비유는 옳지 않다. 만약 호적에 등록된 자기 아내를 이웃집 총리가 자기 아내라고 세계에 망언하면, 그 때마다 ‘이웃집 총리의 주장은 망언이고 그녀는 내 아내다’라고 발언하여 아내를 지키는 것이 옳지, 무대응으로 도망, 도피하고 공동관리 수역에 넣는 것이 옳단 말인가!

외교부의 무대응 외교가 국제사회에서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공격외교와 홍보, 여론조성에 협조하는 것이며, 독도수호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민과 국회는 한국 EEZ 독도기점 포기, 새 한·일어업협정의 ‘중간수역’ 수용과 독도 위치, 독도 주민 철수 등에 대해 특별 국정감사를 반드시 실시해서 독도를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2004.1.14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