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음에난 뉴스입니다...
- 가티
- 1977
- 2
내맘대로 안되는 차량옵션...
“차 값이 얼만데, 에어백이 안 돼요?”
며칠 전 회사원 신 모씨는 차를 구입하기 위해 영업사원과 상담하던 자리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구매할 예정인 차는 최근 출시된 SUV(Sports Utility Vehicles)인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로 최하 가격이 1500만원대인 사양. 그는 가족이 함께 탈 일이 많아 안전상의 이유로 동승석 에어백과 사이드·커튼 에어백을 요구했으나 영업사원에게 거절당했다. 회사 방침에 따라 동승석 에어백만 달거나 차량의 사양을 높여야 한다는 것. 결국 잠깐 동안의 승강이 끝에 그는 한단계 높은 사양을 살 수밖에 없었다. 신씨는 “새로 태어난 아기의 안전을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당초 예상보다 비싼 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며 “조금 싼 차는 안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다른 영업소측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A 기아자동차 영업소. 스포티지 최저가 사양인 LX 고급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모두 다섯 가지였다. 동승석 에어백과 자동변속기, ABS(Antilock Braking System, 급제동시 제동거리를 줄이고 차체의 방향을 유지하는 등의 안전사양), 알루미늄휠, 루프랙 외 다른 옵션은 추가하고 싶어도 추가할 수가 없었다.
옵션 조합, 소비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어
소비자가 직접 견적을 뽑아볼 수 있도록 한 기아차 온라인 견적 화면. 차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래에 나온다.
옵션 조합도 소비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동승석 에어백과 ABS, 루프랙을 세트로 사거나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는 살 수 있다. 소비자들이 안전을 위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동승석 에어백과 ABS, 두 가지만 같이 살 수는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많이 찾지 않는데도 10만원 상당의 루프랙을 끼우지 않고는 동승석 에어백과 ABS를 같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끼워팔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가 옵션을 선택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다 보니 불필요한 지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 모씨의 경우도 동승석 에어백과 사이드·커튼 에어백만 장착하고 싶었지만 옵션 조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69만원짜리 가죽시트까지 덤으로 함께 해야만 했다.
최저 가격이 1450만원대인 현대자동차의 최신 SUV 모델인 투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내 현대자동차의 B 영업소 관계자는 “최저가 사양인 JX 기본형에서는 동승석 에어백조차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차종에서 동승석 에어백을 추가하려면 JX기본형보다 세 단계 더 고급 사양인 MX 고급형을 선택해야만 가능하다. 이 사양은 JX기본형보다 250만원가량 더 비싸다. ABS는 JX 기본형보다 한 단계 더 높은 JX 고급형부터 선택할 수 있었다. 동일한 차종인데도 차값이 싼 사양일수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약됐다.
소비자들의 안전사양 선택 권리도 무시되는 풍토
투싼의 최저가 사양에서는 달랑 '오토매틱'만 선택 옵션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일선 자동차 영업사원들도 자동차 제조회사가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과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B영업소 관계자는 “우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차 가격이 저렴하게 나오면서 옵션을 제한한 건 (MX 고급형 이상을 팔기 위한) 회사의 상술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MX 고급형도 JX 기본형에 비해 카 오디오 등 편의사양 위주로 추가된 기능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며 “안전사양으로는 ABS 정도만 더 추가돼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자동차 영업사원 조 모씨도 “소비자가 안전 사양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조씨는 “신차의 경우 차량을 빠른 시간 안에 넘겨 받기를 원하는 고객이 많은데 옵션이 달리면 옵션을 장착하는 시간때문이 출고가 늦어진다”며 “차가 빨리 출고되려면 옵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를 계약한 뒤 고객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차를 넘기고 최소 옵션으로 차를 빨리 뽑을수록 우수한 영업사원으로 인정 받는 영업 풍토도 이 같은 현실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 리서치회사인 에프인사이드(f-inside.com) 김진국 대표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양은 의무적으로 차에 장착해 출고하는 반면 편의사양에 대해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이는 생산라인의 합리화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에어백 장착 차량 보험료 할인 혜택은 미미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투싼 JX 기본형에 동승석 에어백을 옵션으로 선택하려면 차라리 한단계 아래급의 차종에서 풀옵션이 갖춰진 고급 사양을 선택하는 게 맞다”며 “그래도 안전이 중요해지는 추세라 앞으로 출시되는 차량은 동승석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옵션을 개별화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공정이 복잡해지고 원가가 오르게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안전벨트를 하고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에서 운전자와 탑승자가 사고에서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은 보험료를 할인 받지만 할인 폭은 사실상 미미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에어백장착특별요율’이 적용돼 에어백이 운전석에 장착돼 있으면 10%, 동승석까지 설치하면 20%까지 할인된다. 문제는 할인이 적용되는 기준이 전체 자동차보험료가 아닌 자기신체사고보험료(약 4만원)이기 때문에 실제 보험가입자가 할인 받는 혜택은 4000~8000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차 값이 얼만데, 에어백이 안 돼요?”
며칠 전 회사원 신 모씨는 차를 구입하기 위해 영업사원과 상담하던 자리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구매할 예정인 차는 최근 출시된 SUV(Sports Utility Vehicles)인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로 최하 가격이 1500만원대인 사양. 그는 가족이 함께 탈 일이 많아 안전상의 이유로 동승석 에어백과 사이드·커튼 에어백을 요구했으나 영업사원에게 거절당했다. 회사 방침에 따라 동승석 에어백만 달거나 차량의 사양을 높여야 한다는 것. 결국 잠깐 동안의 승강이 끝에 그는 한단계 높은 사양을 살 수밖에 없었다. 신씨는 “새로 태어난 아기의 안전을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당초 예상보다 비싼 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며 “조금 싼 차는 안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다른 영업소측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A 기아자동차 영업소. 스포티지 최저가 사양인 LX 고급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모두 다섯 가지였다. 동승석 에어백과 자동변속기, ABS(Antilock Braking System, 급제동시 제동거리를 줄이고 차체의 방향을 유지하는 등의 안전사양), 알루미늄휠, 루프랙 외 다른 옵션은 추가하고 싶어도 추가할 수가 없었다.
옵션 조합, 소비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어
소비자가 직접 견적을 뽑아볼 수 있도록 한 기아차 온라인 견적 화면. 차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래에 나온다.
옵션 조합도 소비자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동승석 에어백과 ABS, 루프랙을 세트로 사거나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는 살 수 있다. 소비자들이 안전을 위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동승석 에어백과 ABS, 두 가지만 같이 살 수는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많이 찾지 않는데도 10만원 상당의 루프랙을 끼우지 않고는 동승석 에어백과 ABS를 같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끼워팔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가 옵션을 선택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다 보니 불필요한 지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 모씨의 경우도 동승석 에어백과 사이드·커튼 에어백만 장착하고 싶었지만 옵션 조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69만원짜리 가죽시트까지 덤으로 함께 해야만 했다.
최저 가격이 1450만원대인 현대자동차의 최신 SUV 모델인 투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내 현대자동차의 B 영업소 관계자는 “최저가 사양인 JX 기본형에서는 동승석 에어백조차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차종에서 동승석 에어백을 추가하려면 JX기본형보다 세 단계 더 고급 사양인 MX 고급형을 선택해야만 가능하다. 이 사양은 JX기본형보다 250만원가량 더 비싸다. ABS는 JX 기본형보다 한 단계 더 높은 JX 고급형부터 선택할 수 있었다. 동일한 차종인데도 차값이 싼 사양일수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약됐다.
소비자들의 안전사양 선택 권리도 무시되는 풍토
투싼의 최저가 사양에서는 달랑 '오토매틱'만 선택 옵션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일선 자동차 영업사원들도 자동차 제조회사가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과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B영업소 관계자는 “우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차 가격이 저렴하게 나오면서 옵션을 제한한 건 (MX 고급형 이상을 팔기 위한) 회사의 상술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MX 고급형도 JX 기본형에 비해 카 오디오 등 편의사양 위주로 추가된 기능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며 “안전사양으로는 ABS 정도만 더 추가돼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자동차 영업사원 조 모씨도 “소비자가 안전 사양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조씨는 “신차의 경우 차량을 빠른 시간 안에 넘겨 받기를 원하는 고객이 많은데 옵션이 달리면 옵션을 장착하는 시간때문이 출고가 늦어진다”며 “차가 빨리 출고되려면 옵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를 계약한 뒤 고객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차를 넘기고 최소 옵션으로 차를 빨리 뽑을수록 우수한 영업사원으로 인정 받는 영업 풍토도 이 같은 현실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 리서치회사인 에프인사이드(f-inside.com) 김진국 대표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양은 의무적으로 차에 장착해 출고하는 반면 편의사양에 대해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이는 생산라인의 합리화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에어백 장착 차량 보험료 할인 혜택은 미미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투싼 JX 기본형에 동승석 에어백을 옵션으로 선택하려면 차라리 한단계 아래급의 차종에서 풀옵션이 갖춰진 고급 사양을 선택하는 게 맞다”며 “그래도 안전이 중요해지는 추세라 앞으로 출시되는 차량은 동승석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옵션을 개별화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공정이 복잡해지고 원가가 오르게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안전벨트를 하고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에서 운전자와 탑승자가 사고에서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은 보험료를 할인 받지만 할인 폭은 사실상 미미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에어백장착특별요율’이 적용돼 에어백이 운전석에 장착돼 있으면 10%, 동승석까지 설치하면 20%까지 할인된다. 문제는 할인이 적용되는 기준이 전체 자동차보험료가 아닌 자기신체사고보험료(약 4만원)이기 때문에 실제 보험가입자가 할인 받는 혜택은 4000~8000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