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솔로인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덕분에 커플한번 못해본...늘 신세 한탄만 하고, 정작 여자를 만날 기회가 생기면 겁부터 내는 녀석이죠.
그런데 어느 날 차를 하나 사야겠다고 추천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오! 드디어 뭔가 생긴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이 버뜩 들더군요.
“야~! 좋은 사람 생긴거야? 이야,,, 얼마나 좋길래 차부터 사냐~~?” 했더니
녀석은 낮고 가늘게 말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구... 그냥 차라도 살라구요.. 돈 모으면 뭐해요. 그냥 저도 어디 정 붙일 곳 좀 찾아볼라구.. 남자한텐 차가 애인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불쌍한 녀석은 차를 애인 삼겠다고 한 것이죠. 왠지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그냥 술이나 한잔 사주려고 하는데 너무 진지한거에요.
그리고 곧 중형차를 한대 사더군요. 그리고 두달 쯤 지났을까? 점심 시간에 맞춰 식사나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늦었지만 시승 시켜준다고 하면서.
신차라 그런지 아주 좋더군요. 새 차 냄새하며, 녀석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서 가는데, 자꾸 밖에서 매연이 들어오더군요. 좀만 더 가면 되니까 그냥 참고 있는데, 바로 옆에 화물차가 있어서 그런지 좀 심하더군요. 가만 보니 차가 외기모드로 설정 되어 있더라구요.
뭐.. 다들 아시다시피 공조 장치 쪽을 보면 자동차 내부로 외부공기를 유입시킬지, 아니면 외부공기는 차단하고 내부순환을 시킬지 결정하는 버튼이 있잖아요. 스위치를 보면, 차 그림 위쪽으로 화살표가 직선으로 지나가는 그림이랑, 차 그림 옆에 화살표가 옆으로 누운 U자 형태로 되어 있는 스위치 말이죠.
그런데 이 녀석은 외부공기가 들어오는 외기모드를 눌러 놓고 있는거에요. 도저히 매연을 참기가 그래서 그냥 내부순환 스위치를 누르려다가, 그래도 새 차이고 녀석에겐 애인같은 차인데, 다른 사람이 터치하는 걸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내부순환 버튼을 가리키면서 물어봤습니다.
“야.. 너 이 버튼은 안 쓰냐?”
“아뇨~~ 쓰는데요?”
엥?? 쓴다고???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엥?? 언제 쓰는데?”“
...
“유턴할 때요.”
ㅋㅋㅋㅋㅋㅋ
“유턴할 때 이거 누르면 좀 잘되냐?”
“네~ 좀 부드럽게 도는 거 같던데요?”
“아.. 그래서 지금은 직진한다고 이거 눌러놨구나~”
외기 유입 모드 스위치를 가리키면서 말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네~ 형님! 직진하는데 유턴 스위치 눌러놓으면 차 망가질까봐요.”
저는 그냥 매연을 참았습니다.
신청곡은 손호영의 “유턴” 앨범 수록곡인 “이 바보야”
<유머사이트 펌>
아.. 전 계속 유턴버튼을 켜놓고 있어서.. 차가 잘 안나가는거였군요.. 읭..ㅋ
저렇게 귀여우신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