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치솟으며 시중에 불량 기름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에 다른 유종을 섞어 파는 행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독산동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이동현(가명. 34세)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국내 H사의 상표가 표시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자꾸 시동이 꺼졌던 것. 그러나 자동차회사도 원인을 찾지 못해 애태우다 직영 서비스사업소를 찾은 이 씨는 같은 현상을 호소하는 차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두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해당 주유소에서 특정 기간에 기름을 넣은 차들이고, 엔진도 동일한 차종이었기 때문. 이 씨는 자동차회사로부터 기름에 원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불량 기름이 유통되는 이유는 기름 값이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마진을 늘리려는 몇몇 주유소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주유소는 정품, 정량을 고수하지만 당장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업주 스스로 양심을 훼손한다는 것. 실제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일 현재 전국에서 주유소 88곳이 불량 기름 판매로 제재를 받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8곳으로 가장 많고, 인천과 충북이 7곳, 서울과 대구가 각각 6곳으로 집계돼 있다.

제재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대개 자동차용 경유에 등유를 섞거나 다른 석유제품(옹제류) 등을 혼합,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다. 또한 휘발유도 용제류를 섞어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 동원돼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정유사 관계자는 "상표 표시 여부를 떠나 지나치게 주변보다 기름 값이 쌀 때는 혹시 오피넷 등에 올라 와 있는 불량 석유 판매 업체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기름으로 생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엔진 자체의 문제면 서비스 대상이지만 기름으로 생긴 문제는 보상에서 제외된다"며 "불량 기름은 애초부터 멀리해야 나중에 곤란을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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