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사과녀. 홍대 계란녀. 명동 옷찢녀. 경희대 패륜녀. 노량진녀. 베이글녀. H컵녀…

올 한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녀’들이다. 우연히 눈길을 끈 여성의 모습이 인터넷에 오르면 ‘○○녀’란 이름으로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를 달리며 반짝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때로 네티즌들의 따가운 지탄을 받기도 하고. 때로 뜨거운 격려를 받기도 했다. 사실 ‘○○녀’는 2002년 월드컵때 ‘엘프녀’가 등장하면서 첫 유행을 타기 시작해 해마다 ‘개똥녀’ ‘루저녀’ 등 화제의 ‘○○녀’를 탄생시켰는데. 올해는 특히 많았고 관심도 뜨거웠다. 이들 ‘○○녀’는 예쁜 얼굴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신비주의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이끌어냈다. 다수는 기업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 용도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저물어가는 2010년 화제의 ‘○○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압구정 사과녀

지난 가을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미모의 여성이 낱개로 사과를 팔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긴 생머리의 미녀에 이끌린 시민들은 사과를 구매하고 사진을 찍어 가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한 미용기기홍보 모델로 알려지면서 실망했다.


◇명동 옷찢녀

10월에는 명동거리 한 복판에 나타난 ‘옷찢녀’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동영상에는 하얀 셔츠를 입은 여성이 갑자기 자신의 옷을 찢는 모습이 담겨졌다. ‘옷찢녀’는 연출된 영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속옷을 노출해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홍대 계란녀. 바나나녀

유독 홍보녀가 득세한 올해. 서울 홍대 부근에서 트럭을 타고 계란을 파는 미모의 여성이 나타나 화제가 됐다. 그러나 예쁜 계란 장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홍보 모델이었다. ‘홍대 바나나녀’도 등장했다. 영화를 홍보하는 레이싱 모델이었다.

◇경희대 패륜녀

지난 5월 교내 환경미화원에게 심한 욕설과 막말을 해 물의를 일으킨 경희대의 한 여학생이 주인공. 동영상이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여론은 ‘경희대 패륜녀’의 예의 없는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이후 환경미화원의 정당한 처우와 대학생의 성숙한 의식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4억원 명품녀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 가격만 4억원이 넘는다”. “직업 없이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명품을 구입한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은 여성. 이후 ‘4억 명품녀’는 “불법증여나 탈세의혹이 있다”는 민원이 빗발쳐 국세청의 조사를 받기도 했고. 나중에는 “작가가 써준 대본대로 읽은 것 뿐”이라며 제작진과 진실게임을 벌여 또다시 화제가 됐다.

◇노량진녀

10월에 등장한 ‘노량진녀’는 다른 ‘○○녀’들과 달리 뜨거운 박수를 받은 사례. 주인공은 1년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한 차영란 씨로. 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임용 계획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임용고시 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에서 ‘사전예고제’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져 ‘노량진녀’로 화제를 모았다. 임용고시 사전예고제가 도입되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초콜릿녀

케이블 ‘화성인바이러스’에 출연해 “6년 동안 먹은 초콜릿 양이 무려 1.2톤에 달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김도연(21) 씨가 주인공. 김씨는 초콜릿 원액을 물처럼 마시고 초콜릿 라면과 초콜릿 원액으로 흰 쌀밥을 비벼먹어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베이글녀

‘베이글녀’는 ‘베이비 페이스’+‘글래머 몸매’를 의미한다. 즉 동안의 얼굴과 글래머러스 한 몸매를 지닌 여성을 지칭한다. 연예인 중에는 배우 한지우가 드라마 촬영 중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으로 단숨에 ‘베이글녀’로 떠올랐다. 신민아. 신세경. 유인나 등이 ‘베이글녀’로 주목받았다.

◇H컵녀. 가슴종결녀

가슴이 큰 여성에게 D컵녀. E컵녀. H컵녀 식의 수식어가 따라붙더니 마침내 ‘가슴종결녀’까지 등장했다. 먼저 지난 5월18일 ‘화성인바이러스’에 출연한 조수연 씨가 “가슴이 너무 커 맞는 속옷이 없다”는 고민을 당당히 털어놔 H컵녀로 화제를 모았다. 이어 지난 14일 드라마 ‘아테나’에서 클럽에서 춤추는 장면중 화면에 잠깐 스쳐지났던 한 여성이 큰 가슴으로 네티즌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외국 항공사의 승무원이라는 이 여성은 H컵녀를 넘어 최고 가슴을 의미하는 ‘가슴종결녀’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다.


유인근기자 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