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까지 3.9초·최고 320㎞
순간가속력·코너링 '이름값'
차체 5㎝ 올려주는 기능도
지난 3일 이탈리아 슈퍼카 '람보르기니'의 국내 첫 시승행사가 열린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이날 '김여사'(운전이 서툰 일부 여성)로 불리는 기자의 심장 박동수는 여러 차례 '안전지대'를 벗어났다. 람보르기니를 몰기 위해선 먼저 계약서에 서명부터 해야 했다. 만일 사고가 나서 람보르기니가 망가진다면 운전자에 책임을 묻겠다는 다소 '충격적' 약정이다. '집값보다 비싼 차', 람보르기니의 만만찮은 가격 때문에 모든 자동차보험사가 트랙 주행에 대한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이다.
시승장에 나온 차는 날렵한 디자인에 오렌지·연두 등 현란한 색으로 치장한 '가야르도 LP550-2'였다. 가야르도는 투우 역사상 용맹함으로 유명한 소의 이름이다. 2억9000만원짜리 차량으로, 다른 람보르기니 모델에 견줘 상대적으로 저렴해 고객층 확대에 유용하다는 게 회사 쪽 얘기다. 다른 모델들은 가격 3억~4억원대가 많고, 돈을 더 내면 표준 옵션에서 제공되지 않는 색상이나 소재로 맞춤 제작을 해주기도 한다.
하이힐을 벗고 운동화부터 공수했다. 장애물을 뚫고 코너링을 돈 뒤 비스듬한 트랙과 고속주행을 위한 직선코스를 여러 차례 도는 미션을 하이힐로 수행하긴 어려워 보였다. 가야르도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9초, 최고 속도는 무려 시속 320㎞다. 순서가 다가올수록 심장 박동수가 점점 빨라졌다. 안전 문제로 200㎞를 넘지 말아달라는 주최 쪽의 권고가 그나마 위안이 됐다.
가야르도의 전고(차 높이)는 1m를 겨우 넘길 정도로 낮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반쯤 누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차체가 낮다고 해서 과속방지턱을 못 넘을 것이란 소문은 '오해'였다. 리프팅 버튼을 누르면 차가 5㎝ 정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전문 드라이버들은 '운전의 재미'를 느껴보라고 권했다. 운전자와 차량, 도로가 가깝게 밀착돼 있어 좀더 자유자재로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가 몸에 착 감긴다는 표현은 이런 차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시동을 걸어보니 슈퍼카 특유의 엄청난 굉음이 자극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변속을 위한 별도의 레버가 없다는 점이었다. 핸들에 부착된 패들시프트로 그때그때 재빨리 바꾸도록 돼 있다. 물론 기자와 같이 차의 '안전'을 염려하는 이들은 A(자동변속) 모드를 택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자 종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순간 가속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200㎞까지 밟아도 흔들림을 거의 느낄수가 없었다. 모서리를 돌 때도 핸들을 크게 돌릴 필요가 없었다. 브레이크의 묵직함은 급속히 속도를 줄일 때 유용했다. 어느새 '김여사'도 람보르기니의 속도감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람보르기니는 이번에 일본 등에서 차를 대거 공수해와 모두 100명에 가까운 예비 고객들에게 시승 기회를 줬다. 종전에 볼 수 없는 행사였다. 현재 람보르기니의 판매량은 연간 10대 안팎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 판매량을 20~25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가 실현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 한방에 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