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겨레> 4면 하단. 5단 광고 자리에, 정체모를 아름다운 여인이 웃음을 띠고 있다. 그 옆에는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영원히 가르쳐줄게. 지혜야! 생일축하하고 나랑 결혼하자. 2011년 7월2일 am 11”라는 문구가 있다.
이게 뭘까? 광고인 걸까? 이 광고를 처음 접한 <한겨레> 한 기자는 “여성이 목걸이에 근처에 손을 대고 있어서 7월2일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주얼리 브랜드 광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고, 한 직장인은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만 있었던 마이클럽 광고처럼 티저 광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확인해 보니, 이 광고는 서진영(33)씨가 문지혜(28)씨에게 하는 프러포즈였다. 개인사업을 하는 서씨는 “여자친구가 결혼만 해준다면 못 할 게 없다”며 “어떤 방법으로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 스마트폰으로 즐겨보는 한겨레 신문사에 광고 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1년 전 여자친구 생일에도 신문 광고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는 전화로 <한겨레> 광고국에 문의한 결과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 이번에는 신문사 광고국을 직접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을 제시했다.
한겨레 광고국은 그 액수가 실제 광고단가와 차이가 너무 많이 나 고민했다. 그러나 “한겨레 애독자인데다, 한겨레가 시민과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파격적으로 광고 게재를 결정했다. 초판에 10면에 실렸던 광고는 3판부터 4면으로 앞당겨졌다. 서씨의 마음은 이렇게 ‘4면 5단 광고’를 타고 전국 한겨레 독자에게 전달됐다.
이날치 신문 300부는 현재 서씨의 차 트렁크에 실려있다. 스튜어디스인 여자친구가 오후 10시30분 탑승하는 뉴욕행 비행기에 신문 300부를 실을 예정이다. 승객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는 문씨가 스스로 이 광고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자친구가 못 볼 경우 여자친구의 동료에게 여자친구 주변에 신문을 펼쳐놔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 끝? 아니다. 서씨의 프러포즈는 계속된다. 2단계로 문씨가 뉴욕 호텔에 체크인할때 받을 수 있도록 케이크와 샴페인, 꽃을 미리 주문해뒀다. 하나 더 있다. 마지막 이벤트는 문씨에게 혹시나 발각될까 비밀에 부쳐달라고 부탁했다. 서씨는 “평생 살아줄 건데 이 정도는 해야죠”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마디 덧붙였다.
여자친구와 사귀기까지도 험난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여자친구를 보고 설레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제가 너무 저돌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니 싫어하더라구요. 한참을 못 만나고 있는데 길을 걷다 여자친구와 같은 항공사 제복을 입은 분이 지나가더라구요. 그때 다시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왔고 그때부터 만나기 시작했어요.”
다시 만나고부터 서씨는 여자친구의 ‘수행비서’가 됐다. 출퇴근 시켜주는 것은 기본이고, 여자친구의 잡무도 도맡아했다. 맛집 찾기는 이제 취미이자 특기다.
여자친구에게 바라는 것? 없다. 지금처럼만 있어주면 된단다.
이들이 ‘결혼’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인 오는 7월2일은 만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다. 결혼 날짜까지 ‘이벤트 진행중’인 이들 커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도록 신문 광고를 본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지 않을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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