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중고차 매매업체 A사는 2010년 1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홍수로 침수돼 수리비용이 중고차 값보다 비싼 사고차량 421대를 헐값에 사들여 대기업 SK네트웍스에 비싸게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A사는 B공업사 등과 짜고 중고자동차 성능 상태점검기록부를 위조해 침수차량을 정상차량으로 속였다. 예컨데 100만원에 구입한 2010년식 기아자동차(000270) (54,200원▼ 200 -0.37%)K5 침수차량을 2500만원에 SK네트웍스에 되파는 식이었다. 이렇게 8개월간 421대의 문제 차량을 정상 차량으로 속여 SK네트웍스에 팔았다.

당시 SK그룹 계열사 SK에너지 자회사 ‘SK엔카’가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었다. SK네트웍스는 SK에너지에 맞서 전국망인 ‘스피드메이트’를 통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스피드메이트는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SK주유소 안에 입점해 있는 자동차 수리점이다.

계열사인 SK에너지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간에 중고차를 확보하려던 SK네트웍스는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현장 실사를 하지 않고 공급업체의 ‘서류’만 검토한 다음 문제의 차량을 사들인 것이다.

게다가 SK네트웍스는 A사 등의 중고차 매입을 독려하기 위해 대출까지 해줬다. 이들 업체가 사온 차량을 사들이면서 중고차 구매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해준 것이다. A사는 침수차량 1대를 100만원에 샀지만 2500만원이라 속여 SK네트웍스로부터 3개월간 소정의 이자를 내는 조건으로 전액을 빌렸다. 이렇게 8개월간 차량 구입액을 부풀린 돈만 34억원에 이른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계열 SK네트웍스(001740) (7,680원▼ 80 -1.03%)가 침수된 중고차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매입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SK네트웍스는 대기업 답지않은 이 같은 경영행태로 회사 안팎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중고차 중에 침수차량 대수가 얼마나 많은 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어 향후 차량사고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SK네트웍스는 매입한 중고차가 침수차량임을 뒤늦게 확인하고 최근 A사 운영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2011년 당시 매입한 130여대의 차량을 모두 폐기 처분하는 등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막으려 노력했다”며 “고객의 안전이 중요한 만큼 만약 침수차량이 유통된 것을 발견하면 지금이라도 적절한 보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