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자꾸 눈물이나네요!!! 슬포용!!
- [충]브링스-지성호
- 조회 수 200
- 2009.09.23. 06:47
||0||0언니 재훈이 오빠나 만나지 그래?
미쳤냐? 생일 전날에 그 매력없고 둔한녀석을...
그래도 스무번째 생일인데...전화해봐...
어렸을 때 부터 그 녀석은 그랬었다.
생일이 한 달쯤 지나서야 불쑥 선물을 내미는 놈이었고
돈을 아끼겠다고 공테잎에다가
노래를 불러서 녹음해 오는 놈이었다.
한번은 진짜로 야한 선물을 한다기에
많이 발전했네~ 하며 기대했더니
지 사이즈랑 똑같은 빤스를 선물을 했다.
그런 누런색을 어디서 구했을까...
임마!50Kg의 여자에게 아줌마용을...
넌 이게 섹시해 보여??
어? 그거 너한테 크냐?
근데.. 헐렁한거 입으면 더 섹쉬해 보인다..
나중에 그거 입은 모습 꼭 보여줘....헐헐^^...
하지만 오늘도 또 속는셈치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너냐? 그런데 너가 누구냐?
.....-_-;;; 성희라고해...-_-;
흠흠^^.. 그런데 왜 걸었냐?
재훈아~ 오늘 시간 있으면 영화보러 안갈래?
싫어!
왜?
돈이 아까워... -_-;
으...쓰발...이놈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내줄테니 당장 와라...
딸칵.. 으.. 드럽고 지저분한 녀석...
얼른 동생에게 3만원 삥을 뜯었다.
녀석도 그렇지만 울 동생도 폭력 앞에는 항상 비굴했다.
성희야!~
이 놈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가온다.
웃는 얼굴에 차마 주먹을 날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침을 뱉었다. -_-;;;
무슨 영화 예매 해놨어?
으.. 난 한박자 씹구 위 아래로 야린후
그 놈 데리고 영화관으로 갔다.
대부분 매진이고 어떤 감동적인 영화를 겨우 예매했다.
물론 돈은 내가냈다. 여자가 돈을 쓰게 하다니...
그지 녀석..
영화는 1시간 30분 후에나 시작한다.
그동안 모할지 생각하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제안했다.
성희야, 우리 내기 할래?
지금부터 30분동안에 너는 남자를 난 여자를 꼬셔서
더 빨리 꼬시는 쪽에게 자기 표를 양보하는 거야...
퍼벅!!... 재훈이는 한대 맞더니 조용해졌다.
삐졌나부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사람들 구경하면서 멀티 비젼쪽으로 걸어갔다.
이 때 갑자기 녀석이 실실 웃으며,
야..나 TV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 본적있다.
꼭 해보고 싶었어..
그러더니 멀티비젼 한쪽에 앉아 있는 연인 뒤로 가더니
양쪽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연인들의 얼굴을
번갈아 빤히 쳐다 보는 것이었다.
야! 너 모야?
터프한 남자가 말했다.
나 재훈이야...
녀석이 계속 싱글거리며 답했다.
뭐하는 짓이야??
이 터프 자식 좀 열받았나보다...
나....장난치는거야...
녀석이 아주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달려와서 뛰어!!
하더니 혼자서 막 달아나 버렸다.
이 정신나간 놈 때문에 나도 거리 한 복판에서 미친년처럼 달렸다.
다들 쳐다 봤다.
이재훈 너 잡히면 내 손에 죽는다...-_-;
한참 달려서 외딴곳에 숨어 있는 그놈을 발견했다.
성희야 재미있었지? 한번 더할까?
하고 또 싱글벙글이다...
결국 나도 웃고 말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 우리를 미친년놈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맞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뜬 웃다가 죽다가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우린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성희야 팝콘 먹고 싶지 않냐?
응!
너무 반가왔다. 영화비에 버금가는 만큼 먹어주리라...
그럼 사와라.. 음료수도...
이 놈 다이어리에 진짜 동전조차 없었다.
세상에 아무리 내가 돈을 낸다고 했지만
남자가 치사하다 못해 비열하게 동전도 안가져 나오냐?
치사한놈~ 치사한놈~ 주문을 외우는 동안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질질 짜게하는 한국 스타일의 영화였다.
나는 막 울고 싶은것을 참고 슬금 슬금 눈물을 훔쳤다.
앗.. 이놈아 여자가 울면 손수건을...
그런데 그 놈이 점점 흐느끼더니 엉엉 울었다. 다 쳐다 본다.
엄청 눈물 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람들 다 웃는다.
쪽팔린다. 죽고싶다...
내가 다시 이재훈하고 영화보러오면 평생 참치만 먹고 산다...
영화가 끝난후 화장실에 숨어서 사람들 다 나가길 기다렸다.
이녀석과 함께 온 여자임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 놈 여자 화장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성희야 내가 당구 가르쳐 줄께...가자!
다들 날 째려본다...
이 놈이 오늘 나한테 빌 붙으려고 작전을 하고 나왔나보다...
우리는 잠실에서 나와서 신천쪽으로 걸어갔다.
한참 가다가 이상한 건물로 들어가더니 당구장을 찾아냈다.
으아...찾았냈네..내 돈!!...
어머! 재훈오빠... 오래간만이야!...
음..무쟈게 이쁜 여자애가 말했다.
물론 나보다 이쁘지는 않았지만 열받는다.
이 멍청하고 드럽고 치사한 놈이
어떻게 저런 여자애를 알고 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면 돈 굳었네...홀홀~~
응..수진아 진짜 오랜만이다.
아르바이트 한다고해서 한 번 왔어..
얘는 내 꼬봉... 성희라고해..
어랏랏? 꼬봉???-_-;
그녀와 난 인사를 했다.
그녀는 재훈이한테 팔짱을 끼더니 데리고 가 버렸다.
으...최악의 생일이 되어간다...
학교에서 송윤아 붕어빵이라 불리는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몰까??
저놈 옆 아파트에 사는게 내 운명의 최대 걸림돌이 된 것같다.
둘이서 웃으며 오라고 손짓했다. 비참했다.
성희야 내가 가르쳐 줄께...
하더니 30을 뺐다. 너 30이야?
나... 120인데....
너 당구칠줄 알았었냐?
으이구... 결국 우리는 포켓을 쳤다.
그 여자애까지 3명이서...
그 여자 애는 당구장 걸 답게 정말 잘 쳤다.
300은 되는 것 같았다.
수진아 삼촌 잘 계시냐?
녀석이 삑살이 내면서 물었다.
응. 그럼! 고모도 잘 계셔?
그녀가 마쎄이 찍으며 되물었다.
울 부모님 미국 여행가셨다...
녀석이 8번 공을 넣으며 대답했다.
얼랠레? 둘이 친척이었잖아!
괜히 혼자서 질투하고 난리 마카레나를...
그럼 그렇지...녀석이 어떻게...
그런데 재훈이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구나...
울 부모님도 여행 가셨는데..
그런데 자식.... 그래서 돈이 없나?
어째뜬 난 기분이 풀어졌고
수진이랑도 같이 잘 놀다가 나왔다.
알고보니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
같은 친척인데 재훈이랑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걸까?
성희야 우리 노래방 안갈래?
공짜냐?-_-;
......-_-;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놈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난 변했다.
노래방은 아까 당구장보다 훨 깨끗했다.
오늘 웃기는 날이다.
이놈하고 영화를 본 적은 있었지만
당구장이나 노래방은 처음 와보는 것이다.
물론 친구랑은 많이 와봤고 미팅 때도 많이 와봤지만
이 녀석하고 온 것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기뻤다.
재훈아 꼭 성공해라!
누가 음료수를 가져다 주고 나가며 말했다.
예. 고마워요 형.
잉?? 몰 성공해??? 너 운전면허 시험 보냐?
응? 아...아니...그냥...저 형 원래 헛소리 잘해..
어째뜬 노래를 불렀다.
녀석 경기고때 합창부였다고,
당구 치는 것 처럼 노래 부르지는 않군.
재훈이는 날아라 병아리 를 부르고, 키우던 강아지 얘기를 했다.
나도 본적 있는데...
사람처럼 누워서 자는 개... -_-;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별 이야기 와 이젠 안녕 을 부르고 나왔다.
으아! 넘 늦게 만나서 벌써 저녁 9시다.
재미있었징? 음..저녁을 안먹었는데... 어떻게 할래?
나도 그럭저럭 잘 놀았다.
배 안고프니깐 그냥 집으로 가자..
녀석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두 정거장 걸어가면 안되나?
무드는 코딱지 만큼도 없는 놈이다.
어째뜬 569가 도착했다.
9시인데도 사람이 많이 타고 있었다.
나는 토큰을 내고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막 웃는 것이었다.
나는 뜨끔해서 뒤돌아 봤다.
죄송합니다..다신 안그럴께요....
이 놈이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고
다른 승객들은 다 웃고 있었다.
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 놈과 멀리 떨어졌다.
절대 또 쪽팔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사히 두 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그리고도 한참을 가다가 다가가서 물어봤다.
야..너 아까 왜 혼났냐? 공짜로 태워 달라고 했지?
아..그건...
이 싸이코 같은 녀석이...
바지 뒷 주머니에 있는 버스 카드가 꺼내기가 귀찮다고
엉덩이를 그 센서에 가져가서는 마구 비벼댄 것이다.
그러니 그걸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웃겼겠는가?
그걸 보고도 안 혼내는 버스 운전사가 있다면
그 운전사도 이놈처럼 싸이코일 것이다.
참...너에게 할 얘기가 있다.
응???
드디어 내 생일을 기억 한거냐?
그래...그래... 지금까지의 일은 다 용서해 주마.
그런데 꽃 한송이 없이 이런곳에서...하지만..
나..군대...안가... 병원에서....아마 못갈꺼래...
맙소사. 헤어지기 전에 한다는 소리가 군대 안 가 냐?
누구는 입대 전날 공사판에서 일해서 생일인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는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는데...
너랑은...그런 로맨스도 이미 물건너 간거냐?
너 정신병이지?
그건 아닌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으이구. 열받아서 인사도 안하고 와 버렸다.
부모님도 안계신데 이 기집애도 어디로 나간건지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흑흑...오늘은 확실히 최악이야...
우울해진 나는 다이어리를 꺼냈다.
이 다이어리는 우리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똑같은 것으로 산 것이 다.
물론 각각 돈내고...
어라? 이거 내꺼 아니다....
으악! 다이어리가 바뀐 것이었다.
내 다이어리에 그녀석 좋아한다고 쓴 일기가 있는데...
큰일 났다. 이런 쪽팔림...
아까 거리에서 달릴 때보다 더 쪽팔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봐야지..
혹시 놈도 사랑을 고백해 놓지 않았을까??
전화번호부에는 남자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전화번호부에서 여자 이름만 찾아서 적어놓은 것이리라...
스케쥴을 보니 12월 여행... 이렇게 써 있었다.
어? 아깐 아무 말도 안했는데...
노래방에서 그 오빠가 말한것이 그거 였나?
그런데 무슨 여행을 이렇게 오래가 있어? 내년 7월까지...
생일까지 거기 있다가 올 모양이네? 나쁜놈 얘기도 안하다니..
난 바로 공중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재훈아. 나 성흰데.. 너 다이어리 펴 봤냐?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아쉬웠다.
쪽팔림의 감정과 봐줬으면 하는 감정이 교차했었는데 안 봤다면
뭐....
야.. 우리 다이어리 바뀌었다. 지금 너네 집에 찾으러 간다...
부모님 여행 가시고 동생도 집에 없어서 시간도 때울겸....
앗! 곧 후회했다. 찾으러가지 말고 모른 척 할껄...
나쁜 녀석 내 다이어리 보다보면 내 생일인 것도 알텐데...
하지만 엎지러진 물이었다.
딩동! 딩동! 딩동!
난 그 녀석 밖에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막 눌렀다.
녀석이 인상을 쓰면서 나왔다.
으...넌 예의도 모르냐?
지가 언제부터 예의를... 망할녀석...
여기 있다. 다이어리.. 참 너 여행가냐?
아...미국에 잠시...
그런데 왜 내년 7월까지 여행이라고 써 있냐?
그렇게 해 놓으면 부티나보이잖아....
.....-_-;
그런데 언제 떠나냐?
아직 안 정했다. 마음을 확실하게 잡으면...
응?? 마음을 잡다니? 무슨소리냐?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쓸 필요 없어....
그 때 녀석 집 안을 보니 어두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야..그런데 너 왜 이렇게 컴컴하게 하고 있냐?
아..멋있잖아... 들어와라...
이거 늑대 녀석과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위험한거 아닌지 몰라?
하지만 난 따라 들어갔다. 이 멍청한 녀석이야 뭐....
쇼파에 앉아 있어라...
어쭈 명령하듯이...건방지네...
벌써 11시였다. 시간 정말 빨리가는군
약 1분 정도가 지났는데 이 녀석이 안나왔다
. 어두 컴컴한 곳에서 혼자 앉아 있으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때 갑자기 오래된 팝음악이 흘러나왔다.
이거 뉴키즈 온더 블락의 해피버스데이 투유 아니야?
재훈이는 조그마한 상을 들고 나왔다.
상위의 케익에 꽃혀있는 조그마한 촛대들에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
고
케익 옆에 놓여 있는 스무송이의 장미는 황홀한 향기를 내뿜었다.
야. 내가 몰라준다고 섭섭했었지?
원래 내일 해주려고 그랬었는데 니가 밤에 찾아 오는 바람에...
눈물이 났다. 재훈이는 장미 꽃을 내게 건냈다.
자식~ 이런 짓도 할 줄 아는군...
기뻤다. 그 어느 해의 생일 보다도...
녀석은 생일 축하곡 대신 흘러 나오는
뉴키즈의 해피 버스데이 투유 를 따라 불렀다. -_-;;;
나는 후~ 불어서 촛불을 한번에 껐다.
녀석은 다른 커다란 초를 몇 개 꺼내더니 불을 땡겼다.
어떤 조명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름다운 바알간 그림자가 아른 거 렸
다.
너...내 생일 어떻게 기억했어?
야..15년을 함께 지냈는데... 그래서 일부러 다이어리 바꿔놨지...
그런데 오늘 찾으러 올 줄은 몰랐다. 음..어서 소원 빌어야지~~
내 소원은 너랑 나랑 건강하고 행복한거... 너두 말해라..
나두? 나...나는...딱 한가지 소원이 있는데..
음.. 나 여행 갔다와서 말할께... 그 때까지 기다려주라....
그리고 12월 31일에도 오늘같은 밤을 지내자~ 좋지?
케니G 의 크리스마스 앨범 미라클 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 나왔 다.
장미의 향기와 아름다운 음악은 춤추고 있는
촛대위의 불처럼 내마음을 흔들었다.
녀석도 내가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았고
나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새벽 1시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석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고
녀석은 내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갔다. 점점 눈꺼풀이 가물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알퐁스 도테의 소설 별 에 그 소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
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나는 쇼파에 누워서 녀석의 다리를 배고 있
었고
녀석은 쇼파에 앉아서 입을 헤~에 벌리고 자고 있었다.
원래의 그 녀석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_-;;
하지만 난 행복했다.
가만이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띠껍게 말했다.
뭘 보냐?
-_-;;; 넌 왜 앉아서 잤냐?
임마! 니가 돌로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데 당연하지....
녀석 눈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꼭 엄청나게 운 것 처럼....
녀석 꽤 피곤했었나보다... 내 머리가 그렇게 무겁나? 훗훗...
참..너 집에 안가봐도 되냐? 부모님은 안계셔도 동생이 걱정하겠
다.
아..맞아. 연락도 안했구나...
잘가라... 그리고....생일 축하해
녀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 대신 나도 미소를 지어 대답했다.
녀석에게 고마운 것은 생일 축하나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보 다
도
완전 무방비 상태의 나를 아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웠다.
사실 나도 녀석을 믿었기에 그 시간에 그렇게 있을 수 있었지만.
하지만 또 아쉬움이 남았다. 녀석 그렇다고 키스도 못하냐? 바보...
동생아... 언니 왔다.
언니 어디갔었어?
응...비밀... 너 이거 말하면 안돼?
음..그러지 뭐.... 참. 돈 다 썼어?
아...다음 주에 아르바이트 해서 갚을께....
그 돈 안갚아도 돼. 그거 재훈 오빠가 준거야.
언니랑 생일 파티 할꺼라면서....
언니가 달라고 하면 주라더라...
그런데 자기 생일에 돈 빌려서 나가는 여자... 너무 우끼더라....
난 다시 엄청나게 황당했다. 이 녀석 그것도 계획적이었구나...
자식 이왕 해줄꺼면 정상적으로 좀 해주지... 내가 구걸하게 만들
니...
어째뜬 난 집에와서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녀석 진짜로 안봤나?
스케줄을 넘기고 있는데 12월 13일 이재훈 여행 이라고 써 있었다.
봤네?? 어라? 그런데 13일이면 내일 모래 아니야?
녀석 마음이 접히면 떠난다더니 내일 모래 떠나네...
그날 밤 계속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다음 날 찾아갔는데 녀석은 없었다.
으...나쁜 놈 결국 인사도 안하고 갔구나.
하여튼 몇 주 안에 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기다려야지.
녀석이 좋은 파티를 해 주었으니
나도 그 녀석에게 정말 기쁜 파티를 해주겠어!
난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이전에 봤던 노래방의 오빠가 찾아왔다.
성희씨 맞죠? 동생이 여기 있을 거라고해서...
아..예.. 안녕하세요? 녀석 미국 떠났습니까?
13일에 떠난다고 제 다이어리에 적어놨거든요.
잘 되어야 할텐데....
잘 되다니요? 저번에도 그 말씀하신 것 같은데...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운전면허 이야기가 아닌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모르셨나요? 걔 수술하러 미국 갔습니다.
수...수술..이라뇨?
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람 정신 나간 소리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성희씨에게는 마음 아플까봐 얘기를 못했나 보네요...
녀석 원래 12월 말쯤에 마음 잡히면 떠난다고 했는데...벌써...
성희씨가 기도해 주세요... 잘 될껍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떠났다. 난 들고 있던 잔을 놓쳐서 깨트리고 말 았
다.
그날 여행 언제가냐고 물어볼 때 마음이 잡히면 간다고 했었는데...
그게 그 말이었다.
난 그날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 말 믿을 수 없었다.
약 2주정도 지나 12월의 마지막 날 도착한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안녕? 성희야... 여기는 펜실베니아의 큰 병원이란다.
검사해 봤는데.. 뇌종양이라나 뭐라나... 꽤 어려운 병인가봐...
말 안하고 와서 정말 미안하다... 너한테는 도저히 말 할 용기가 안
생겼어..
나 그 날 밤에 나 소원 말하라고 했을 때 하지 못한 말...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었으면... 이었는데..
눈물이 날까봐 말을 못했다.
그 날 밤새워 울었다. 너의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너에게 하지 못한 말을 지금이라도 하고 싶다.
사랑해 성희야! 너를 알고 단 1초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나 내일 수술해... 사실은 조금 떨린다.
하지만 성희야. 난 걱정안해 하나님이 지켜주실테니까...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고 왔기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너도 걱정하지마... 네가 나 때문에 걱정하는거 나 싫어...
그 날 밤에 못 받은 키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난 꼭 돌아올거야...
약속할테니 너도 나를 기다려줘. 진심으로 사랑한다~
난 밤새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우린 키스도 못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지조차 못했는데...
12월 31일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난 며칠 후 아르바이트 다시 시작했다. 녀석은 꼭 온다.
녀석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했고 약속한 것은 꼭 지켰었다.
이번에도 반드시 지키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미국에서 편지가 날라왔다....
편지 봉투를 뜯는 순간 녀석이 자주 사용하던 립크림 향기가 풍겼 .
편지에는 아무 내용 없이 보라빛 입술 자국만 선명하게 찍혀 있었
다.
아...
나는 눈물로 적셔진 편지지 위의 입술 자국에 내 입술을 맞췄다.
녀석과 나의 첫 키스이자 마지막 키스였다
미쳤냐? 생일 전날에 그 매력없고 둔한녀석을...
그래도 스무번째 생일인데...전화해봐...
어렸을 때 부터 그 녀석은 그랬었다.
생일이 한 달쯤 지나서야 불쑥 선물을 내미는 놈이었고
돈을 아끼겠다고 공테잎에다가
노래를 불러서 녹음해 오는 놈이었다.
한번은 진짜로 야한 선물을 한다기에
많이 발전했네~ 하며 기대했더니
지 사이즈랑 똑같은 빤스를 선물을 했다.
그런 누런색을 어디서 구했을까...
임마!50Kg의 여자에게 아줌마용을...
넌 이게 섹시해 보여??
어? 그거 너한테 크냐?
근데.. 헐렁한거 입으면 더 섹쉬해 보인다..
나중에 그거 입은 모습 꼭 보여줘....헐헐^^...
하지만 오늘도 또 속는셈치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너냐? 그런데 너가 누구냐?
.....-_-;;; 성희라고해...-_-;
흠흠^^.. 그런데 왜 걸었냐?
재훈아~ 오늘 시간 있으면 영화보러 안갈래?
싫어!
왜?
돈이 아까워... -_-;
으...쓰발...이놈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내줄테니 당장 와라...
딸칵.. 으.. 드럽고 지저분한 녀석...
얼른 동생에게 3만원 삥을 뜯었다.
녀석도 그렇지만 울 동생도 폭력 앞에는 항상 비굴했다.
성희야!~
이 놈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가온다.
웃는 얼굴에 차마 주먹을 날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침을 뱉었다. -_-;;;
무슨 영화 예매 해놨어?
으.. 난 한박자 씹구 위 아래로 야린후
그 놈 데리고 영화관으로 갔다.
대부분 매진이고 어떤 감동적인 영화를 겨우 예매했다.
물론 돈은 내가냈다. 여자가 돈을 쓰게 하다니...
그지 녀석..
영화는 1시간 30분 후에나 시작한다.
그동안 모할지 생각하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제안했다.
성희야, 우리 내기 할래?
지금부터 30분동안에 너는 남자를 난 여자를 꼬셔서
더 빨리 꼬시는 쪽에게 자기 표를 양보하는 거야...
퍼벅!!... 재훈이는 한대 맞더니 조용해졌다.
삐졌나부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사람들 구경하면서 멀티 비젼쪽으로 걸어갔다.
이 때 갑자기 녀석이 실실 웃으며,
야..나 TV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 본적있다.
꼭 해보고 싶었어..
그러더니 멀티비젼 한쪽에 앉아 있는 연인 뒤로 가더니
양쪽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연인들의 얼굴을
번갈아 빤히 쳐다 보는 것이었다.
야! 너 모야?
터프한 남자가 말했다.
나 재훈이야...
녀석이 계속 싱글거리며 답했다.
뭐하는 짓이야??
이 터프 자식 좀 열받았나보다...
나....장난치는거야...
녀석이 아주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달려와서 뛰어!!
하더니 혼자서 막 달아나 버렸다.
이 정신나간 놈 때문에 나도 거리 한 복판에서 미친년처럼 달렸다.
다들 쳐다 봤다.
이재훈 너 잡히면 내 손에 죽는다...-_-;
한참 달려서 외딴곳에 숨어 있는 그놈을 발견했다.
성희야 재미있었지? 한번 더할까?
하고 또 싱글벙글이다...
결국 나도 웃고 말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 우리를 미친년놈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맞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뜬 웃다가 죽다가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우린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성희야 팝콘 먹고 싶지 않냐?
응!
너무 반가왔다. 영화비에 버금가는 만큼 먹어주리라...
그럼 사와라.. 음료수도...
이 놈 다이어리에 진짜 동전조차 없었다.
세상에 아무리 내가 돈을 낸다고 했지만
남자가 치사하다 못해 비열하게 동전도 안가져 나오냐?
치사한놈~ 치사한놈~ 주문을 외우는 동안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질질 짜게하는 한국 스타일의 영화였다.
나는 막 울고 싶은것을 참고 슬금 슬금 눈물을 훔쳤다.
앗.. 이놈아 여자가 울면 손수건을...
그런데 그 놈이 점점 흐느끼더니 엉엉 울었다. 다 쳐다 본다.
엄청 눈물 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람들 다 웃는다.
쪽팔린다. 죽고싶다...
내가 다시 이재훈하고 영화보러오면 평생 참치만 먹고 산다...
영화가 끝난후 화장실에 숨어서 사람들 다 나가길 기다렸다.
이녀석과 함께 온 여자임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 놈 여자 화장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성희야 내가 당구 가르쳐 줄께...가자!
다들 날 째려본다...
이 놈이 오늘 나한테 빌 붙으려고 작전을 하고 나왔나보다...
우리는 잠실에서 나와서 신천쪽으로 걸어갔다.
한참 가다가 이상한 건물로 들어가더니 당구장을 찾아냈다.
으아...찾았냈네..내 돈!!...
어머! 재훈오빠... 오래간만이야!...
음..무쟈게 이쁜 여자애가 말했다.
물론 나보다 이쁘지는 않았지만 열받는다.
이 멍청하고 드럽고 치사한 놈이
어떻게 저런 여자애를 알고 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면 돈 굳었네...홀홀~~
응..수진아 진짜 오랜만이다.
아르바이트 한다고해서 한 번 왔어..
얘는 내 꼬봉... 성희라고해..
어랏랏? 꼬봉???-_-;
그녀와 난 인사를 했다.
그녀는 재훈이한테 팔짱을 끼더니 데리고 가 버렸다.
으...최악의 생일이 되어간다...
학교에서 송윤아 붕어빵이라 불리는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몰까??
저놈 옆 아파트에 사는게 내 운명의 최대 걸림돌이 된 것같다.
둘이서 웃으며 오라고 손짓했다. 비참했다.
성희야 내가 가르쳐 줄께...
하더니 30을 뺐다. 너 30이야?
나... 120인데....
너 당구칠줄 알았었냐?
으이구... 결국 우리는 포켓을 쳤다.
그 여자애까지 3명이서...
그 여자 애는 당구장 걸 답게 정말 잘 쳤다.
300은 되는 것 같았다.
수진아 삼촌 잘 계시냐?
녀석이 삑살이 내면서 물었다.
응. 그럼! 고모도 잘 계셔?
그녀가 마쎄이 찍으며 되물었다.
울 부모님 미국 여행가셨다...
녀석이 8번 공을 넣으며 대답했다.
얼랠레? 둘이 친척이었잖아!
괜히 혼자서 질투하고 난리 마카레나를...
그럼 그렇지...녀석이 어떻게...
그런데 재훈이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구나...
울 부모님도 여행 가셨는데..
그런데 자식.... 그래서 돈이 없나?
어째뜬 난 기분이 풀어졌고
수진이랑도 같이 잘 놀다가 나왔다.
알고보니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
같은 친척인데 재훈이랑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걸까?
성희야 우리 노래방 안갈래?
공짜냐?-_-;
......-_-;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놈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난 변했다.
노래방은 아까 당구장보다 훨 깨끗했다.
오늘 웃기는 날이다.
이놈하고 영화를 본 적은 있었지만
당구장이나 노래방은 처음 와보는 것이다.
물론 친구랑은 많이 와봤고 미팅 때도 많이 와봤지만
이 녀석하고 온 것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기뻤다.
재훈아 꼭 성공해라!
누가 음료수를 가져다 주고 나가며 말했다.
예. 고마워요 형.
잉?? 몰 성공해??? 너 운전면허 시험 보냐?
응? 아...아니...그냥...저 형 원래 헛소리 잘해..
어째뜬 노래를 불렀다.
녀석 경기고때 합창부였다고,
당구 치는 것 처럼 노래 부르지는 않군.
재훈이는 날아라 병아리 를 부르고, 키우던 강아지 얘기를 했다.
나도 본적 있는데...
사람처럼 누워서 자는 개... -_-;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별 이야기 와 이젠 안녕 을 부르고 나왔다.
으아! 넘 늦게 만나서 벌써 저녁 9시다.
재미있었징? 음..저녁을 안먹었는데... 어떻게 할래?
나도 그럭저럭 잘 놀았다.
배 안고프니깐 그냥 집으로 가자..
녀석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두 정거장 걸어가면 안되나?
무드는 코딱지 만큼도 없는 놈이다.
어째뜬 569가 도착했다.
9시인데도 사람이 많이 타고 있었다.
나는 토큰을 내고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막 웃는 것이었다.
나는 뜨끔해서 뒤돌아 봤다.
죄송합니다..다신 안그럴께요....
이 놈이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고
다른 승객들은 다 웃고 있었다.
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 놈과 멀리 떨어졌다.
절대 또 쪽팔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사히 두 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그리고도 한참을 가다가 다가가서 물어봤다.
야..너 아까 왜 혼났냐? 공짜로 태워 달라고 했지?
아..그건...
이 싸이코 같은 녀석이...
바지 뒷 주머니에 있는 버스 카드가 꺼내기가 귀찮다고
엉덩이를 그 센서에 가져가서는 마구 비벼댄 것이다.
그러니 그걸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웃겼겠는가?
그걸 보고도 안 혼내는 버스 운전사가 있다면
그 운전사도 이놈처럼 싸이코일 것이다.
참...너에게 할 얘기가 있다.
응???
드디어 내 생일을 기억 한거냐?
그래...그래... 지금까지의 일은 다 용서해 주마.
그런데 꽃 한송이 없이 이런곳에서...하지만..
나..군대...안가... 병원에서....아마 못갈꺼래...
맙소사. 헤어지기 전에 한다는 소리가 군대 안 가 냐?
누구는 입대 전날 공사판에서 일해서 생일인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는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는데...
너랑은...그런 로맨스도 이미 물건너 간거냐?
너 정신병이지?
그건 아닌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으이구. 열받아서 인사도 안하고 와 버렸다.
부모님도 안계신데 이 기집애도 어디로 나간건지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흑흑...오늘은 확실히 최악이야...
우울해진 나는 다이어리를 꺼냈다.
이 다이어리는 우리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똑같은 것으로 산 것이 다.
물론 각각 돈내고...
어라? 이거 내꺼 아니다....
으악! 다이어리가 바뀐 것이었다.
내 다이어리에 그녀석 좋아한다고 쓴 일기가 있는데...
큰일 났다. 이런 쪽팔림...
아까 거리에서 달릴 때보다 더 쪽팔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봐야지..
혹시 놈도 사랑을 고백해 놓지 않았을까??
전화번호부에는 남자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전화번호부에서 여자 이름만 찾아서 적어놓은 것이리라...
스케쥴을 보니 12월 여행... 이렇게 써 있었다.
어? 아깐 아무 말도 안했는데...
노래방에서 그 오빠가 말한것이 그거 였나?
그런데 무슨 여행을 이렇게 오래가 있어? 내년 7월까지...
생일까지 거기 있다가 올 모양이네? 나쁜놈 얘기도 안하다니..
난 바로 공중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재훈아. 나 성흰데.. 너 다이어리 펴 봤냐?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아쉬웠다.
쪽팔림의 감정과 봐줬으면 하는 감정이 교차했었는데 안 봤다면
뭐....
야.. 우리 다이어리 바뀌었다. 지금 너네 집에 찾으러 간다...
부모님 여행 가시고 동생도 집에 없어서 시간도 때울겸....
앗! 곧 후회했다. 찾으러가지 말고 모른 척 할껄...
나쁜 녀석 내 다이어리 보다보면 내 생일인 것도 알텐데...
하지만 엎지러진 물이었다.
딩동! 딩동! 딩동!
난 그 녀석 밖에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막 눌렀다.
녀석이 인상을 쓰면서 나왔다.
으...넌 예의도 모르냐?
지가 언제부터 예의를... 망할녀석...
여기 있다. 다이어리.. 참 너 여행가냐?
아...미국에 잠시...
그런데 왜 내년 7월까지 여행이라고 써 있냐?
그렇게 해 놓으면 부티나보이잖아....
.....-_-;
그런데 언제 떠나냐?
아직 안 정했다. 마음을 확실하게 잡으면...
응?? 마음을 잡다니? 무슨소리냐?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쓸 필요 없어....
그 때 녀석 집 안을 보니 어두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야..그런데 너 왜 이렇게 컴컴하게 하고 있냐?
아..멋있잖아... 들어와라...
이거 늑대 녀석과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위험한거 아닌지 몰라?
하지만 난 따라 들어갔다. 이 멍청한 녀석이야 뭐....
쇼파에 앉아 있어라...
어쭈 명령하듯이...건방지네...
벌써 11시였다. 시간 정말 빨리가는군
약 1분 정도가 지났는데 이 녀석이 안나왔다
. 어두 컴컴한 곳에서 혼자 앉아 있으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때 갑자기 오래된 팝음악이 흘러나왔다.
이거 뉴키즈 온더 블락의 해피버스데이 투유 아니야?
재훈이는 조그마한 상을 들고 나왔다.
상위의 케익에 꽃혀있는 조그마한 촛대들에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
고
케익 옆에 놓여 있는 스무송이의 장미는 황홀한 향기를 내뿜었다.
야. 내가 몰라준다고 섭섭했었지?
원래 내일 해주려고 그랬었는데 니가 밤에 찾아 오는 바람에...
눈물이 났다. 재훈이는 장미 꽃을 내게 건냈다.
자식~ 이런 짓도 할 줄 아는군...
기뻤다. 그 어느 해의 생일 보다도...
녀석은 생일 축하곡 대신 흘러 나오는
뉴키즈의 해피 버스데이 투유 를 따라 불렀다. -_-;;;
나는 후~ 불어서 촛불을 한번에 껐다.
녀석은 다른 커다란 초를 몇 개 꺼내더니 불을 땡겼다.
어떤 조명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름다운 바알간 그림자가 아른 거 렸
다.
너...내 생일 어떻게 기억했어?
야..15년을 함께 지냈는데... 그래서 일부러 다이어리 바꿔놨지...
그런데 오늘 찾으러 올 줄은 몰랐다. 음..어서 소원 빌어야지~~
내 소원은 너랑 나랑 건강하고 행복한거... 너두 말해라..
나두? 나...나는...딱 한가지 소원이 있는데..
음.. 나 여행 갔다와서 말할께... 그 때까지 기다려주라....
그리고 12월 31일에도 오늘같은 밤을 지내자~ 좋지?
케니G 의 크리스마스 앨범 미라클 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 나왔 다.
장미의 향기와 아름다운 음악은 춤추고 있는
촛대위의 불처럼 내마음을 흔들었다.
녀석도 내가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았고
나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새벽 1시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석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고
녀석은 내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갔다. 점점 눈꺼풀이 가물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알퐁스 도테의 소설 별 에 그 소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
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나는 쇼파에 누워서 녀석의 다리를 배고 있
었고
녀석은 쇼파에 앉아서 입을 헤~에 벌리고 자고 있었다.
원래의 그 녀석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_-;;
하지만 난 행복했다.
가만이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띠껍게 말했다.
뭘 보냐?
-_-;;; 넌 왜 앉아서 잤냐?
임마! 니가 돌로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데 당연하지....
녀석 눈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꼭 엄청나게 운 것 처럼....
녀석 꽤 피곤했었나보다... 내 머리가 그렇게 무겁나? 훗훗...
참..너 집에 안가봐도 되냐? 부모님은 안계셔도 동생이 걱정하겠
다.
아..맞아. 연락도 안했구나...
잘가라... 그리고....생일 축하해
녀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 대신 나도 미소를 지어 대답했다.
녀석에게 고마운 것은 생일 축하나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보 다
도
완전 무방비 상태의 나를 아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웠다.
사실 나도 녀석을 믿었기에 그 시간에 그렇게 있을 수 있었지만.
하지만 또 아쉬움이 남았다. 녀석 그렇다고 키스도 못하냐? 바보...
동생아... 언니 왔다.
언니 어디갔었어?
응...비밀... 너 이거 말하면 안돼?
음..그러지 뭐.... 참. 돈 다 썼어?
아...다음 주에 아르바이트 해서 갚을께....
그 돈 안갚아도 돼. 그거 재훈 오빠가 준거야.
언니랑 생일 파티 할꺼라면서....
언니가 달라고 하면 주라더라...
그런데 자기 생일에 돈 빌려서 나가는 여자... 너무 우끼더라....
난 다시 엄청나게 황당했다. 이 녀석 그것도 계획적이었구나...
자식 이왕 해줄꺼면 정상적으로 좀 해주지... 내가 구걸하게 만들
니...
어째뜬 난 집에와서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녀석 진짜로 안봤나?
스케줄을 넘기고 있는데 12월 13일 이재훈 여행 이라고 써 있었다.
봤네?? 어라? 그런데 13일이면 내일 모래 아니야?
녀석 마음이 접히면 떠난다더니 내일 모래 떠나네...
그날 밤 계속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다음 날 찾아갔는데 녀석은 없었다.
으...나쁜 놈 결국 인사도 안하고 갔구나.
하여튼 몇 주 안에 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기다려야지.
녀석이 좋은 파티를 해 주었으니
나도 그 녀석에게 정말 기쁜 파티를 해주겠어!
난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이전에 봤던 노래방의 오빠가 찾아왔다.
성희씨 맞죠? 동생이 여기 있을 거라고해서...
아..예.. 안녕하세요? 녀석 미국 떠났습니까?
13일에 떠난다고 제 다이어리에 적어놨거든요.
잘 되어야 할텐데....
잘 되다니요? 저번에도 그 말씀하신 것 같은데...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운전면허 이야기가 아닌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모르셨나요? 걔 수술하러 미국 갔습니다.
수...수술..이라뇨?
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람 정신 나간 소리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성희씨에게는 마음 아플까봐 얘기를 못했나 보네요...
녀석 원래 12월 말쯤에 마음 잡히면 떠난다고 했는데...벌써...
성희씨가 기도해 주세요... 잘 될껍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떠났다. 난 들고 있던 잔을 놓쳐서 깨트리고 말 았
다.
그날 여행 언제가냐고 물어볼 때 마음이 잡히면 간다고 했었는데...
그게 그 말이었다.
난 그날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 말 믿을 수 없었다.
약 2주정도 지나 12월의 마지막 날 도착한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안녕? 성희야... 여기는 펜실베니아의 큰 병원이란다.
검사해 봤는데.. 뇌종양이라나 뭐라나... 꽤 어려운 병인가봐...
말 안하고 와서 정말 미안하다... 너한테는 도저히 말 할 용기가 안
생겼어..
나 그 날 밤에 나 소원 말하라고 했을 때 하지 못한 말...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었으면... 이었는데..
눈물이 날까봐 말을 못했다.
그 날 밤새워 울었다. 너의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너에게 하지 못한 말을 지금이라도 하고 싶다.
사랑해 성희야! 너를 알고 단 1초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나 내일 수술해... 사실은 조금 떨린다.
하지만 성희야. 난 걱정안해 하나님이 지켜주실테니까...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고 왔기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너도 걱정하지마... 네가 나 때문에 걱정하는거 나 싫어...
그 날 밤에 못 받은 키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난 꼭 돌아올거야...
약속할테니 너도 나를 기다려줘. 진심으로 사랑한다~
난 밤새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우린 키스도 못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지조차 못했는데...
12월 31일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난 며칠 후 아르바이트 다시 시작했다. 녀석은 꼭 온다.
녀석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했고 약속한 것은 꼭 지켰었다.
이번에도 반드시 지키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미국에서 편지가 날라왔다....
편지 봉투를 뜯는 순간 녀석이 자주 사용하던 립크림 향기가 풍겼 .
편지에는 아무 내용 없이 보라빛 입술 자국만 선명하게 찍혀 있었
다.
아...
나는 눈물로 적셔진 편지지 위의 입술 자국에 내 입술을 맞췄다.
녀석과 나의 첫 키스이자 마지막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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