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불은 자장면 배달하는 ‘감동의 사연’
- [서경]여우와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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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23. 20:10
불은 자장면 배달하는 ‘감동의 사연’
서울 강서구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는 박충식 씨(49·가명)는 왼쪽 팔이 조금 짧은 지체장애인이다.
10여 년 전 배달 일을 하다 사고로 다쳤다.
박씨는 불편한 왼쪽팔을 핸들에 의지한 채 열심히 배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 지영(10·가명)이는 이런 모습의 아버지가 창피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들과 조금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 창피한 마음에 혼자 다니는 일도 많아졌다.
가을 운동회가 있던 올 9월의 어느 날,
친구들은 가족들과 모여 즐겁게 식사를 했지만 생계가 급한 탓에 지영이 부모는 운동회에 오지 못했다.
그때 정문 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 사람은 다른 아닌 아빠 박씨였다.
모든 시선이 아빠 박씨에게 집중된 채 오토바이는 지영이 앞에 멈췄다.
"우리 공주님, 왜 아빠한테 오늘 운동회라고 알리지 않았어?
급하게 준비해 오느라고 오늘도 자장면이지 뭐니?"
순간 아이들은 양쪽 손이 다른 김씨를 이상하게 쳐다봤고 이러한 시선에 눌려 지영이는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런 모습에 아빠 박씨도 무척 당황한 터였다.
"허허, 이런, 내가 나이를 먹다보니 배달을 잘못 왔구먼. 허허."
이 말과 함께 김씨는 힘없이 돌아섰다. 그때 교장선생님이 김씨를 불러 세웠다.
"지영이 아빠 맞죠? 아이구, 우리 학교의 말없는 천사분이에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모두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김씨를 쳐다보았다.
"얘들아! 이분이 바로 -
집안이 어려워서 방학기간에 굶는 학생들을 위해 매년 무료로 자장면을 제공해주시는 분이란다.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철없는 아이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 싱거운 박수를 쳤다.
멋적어하던 아빠 박씨가 아이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허허, 보시다시피 제 손이 불편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좀 불은 거라도 맛있게 먹어 줬으면 고맙겠어요."
그 순간 학부형과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제야 지영이는 울면서 아빠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박씨와 함께 중국집 일을 하면서
그날 운동회에 참석해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한 이웃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세상에 올려 취재를 하게 된 것이다.
정씨는 기자와의 전 통화에서 "그때 그 순간은 정말 감동이었다.
가슴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솟았는데 이처럼 감동 깊었던 경험은 살아오는 동안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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