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땅, 열린 하늘

                                                    
크게 배우는 이여,
큰 것을 배우는 이여,
그대들은 열린 땅, 열린 하늘을 보았습니까?

태초 숨죽인 하늘이 잉태의 소리를 열어
벌거벗은 사내아이, 여자아이를 내어놓은 곳

우거진 나무숲을 가로질러 가노라면
생명이란 샘이 있어 생명의 나무가 성하고
사랑이란 샘이 있어 사랑의 나무가 아름드리 서 있는 곳

그 샘물이 흘러 호수를 이루고
이름모를 산새가 푸드득 물을 쪼고 날아간 자리에
작은 파장이 일어 잔잔히 음률을 만들고

오솔길 옆 허드러지게 핀 들꽃들이 어우러져
뭇짐승들 제 꼴대로 깐죽대며 노니는
열려진 들판으로 하늘이 하나가 된 그 땅을 보았습니까?

크게 배우는 이여,
큰 것을 배우는 이여,
그대들은 열린 땅, 열린 하늘을 볼 것입니다.

끝날, 어둠의 땅에 정오의 빛줄기 내려
묵은 한(恨) 어루만져 보덤어 안아주는 곳

총칼을 거두어 괭이, 삽 만들어
생명의 밭을 갈아 평화의 씨를 심고
사랑의 논을 갈아 통일의 씨를 심는 곳

그 씨앗이 날아 꽃동산을 이루고
못내 묵은 원한을 사랑으로 날리어

남북의 큰이가 서로 부둥켜 얼싸안고
현해탄 너머 먼 땅 사람도 가슴에 손을 얹어 진심으로 뉘우쳐
큰 한은 큰 하늘로 길이 보전하는

열려진 들판으로 하늘이 하나가 된 그 땅을 볼 것입니다.

우리네,

하얀 돛단배를 만들어 그곳을 가려 합니다.
아무도 본적이 없는 그 땅에 가려 합니다.

왜 가려는지 묻지 마세요.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귀향은 생(生)의 명(命)입니다.
여기는 우리의 땅, 우리의 하늘이 아닙니다.

처음 울음소리 들렸던
평화의 땅...

하늘 거룩한
내 아비의 땀내가 베어있고
내 어미의 젖내가 향기로운 곳,

그 곳엔 없는 것이 많겠지요.

미워함도 없고,
시기함도 없고,
멸시함도 없고
가난한자 없고
애곡하는 자 없어

그래서 가난할 거예요.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이제 닻을 올리고 하얀 돛을 올립니다.

크게 배우는 이여,
큰 것을 배우는 이여,

이제
우리가 열린 땅, 열린 하늘,
그 태초의 평화를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