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건이와 함께하는 두번째 크리스마스인데... 대건이는 없었다

주말을 이용해 대건이가 보고파 목메 우신다는
대건이의 외할아버지&외할머니를 위해 1주일간 대전으로 출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대건이가 없는 크리스마스...
부부가 마냥 노는게 아이에게 미안스러웠는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아침 10시30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성당을 향했다.

천주교 신자들은 1년에 두번.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본다.
부활 전과 성탄 전이 바로 그 때이다.
대대로 천주교 신자 집안인 울 집에서는 아직까지도 성당에 가지 않으면 어머님께 꾸중을 듣는다.
지지난주였던가... 어머니께 꾸중듣지 않기 위해 부인님과 성당에가 고해성사를 드렸다. ^^*

11시 성탄미사... 빼곡히 들어선 신자들 사이에서
성탄의 축하와 가족의 건강을 염원하며 미사를 드리고, 성체를 모시고 시내 백화점을 들렀다.

양복한벌 사라는 성화에 못이겨 나오긴 했지만,
애시당초 양복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지라... 대충대충 시간을 끌며
"비싸~", "디자인이 별로야~", "색깔이 영~~" 이런 말들만 주절대다가...
애키우며 돈버는 불쌍한 마누라 기분 풀어 줄라고 여성 의류매장으로 마누라 팔을 이끌었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라고 마구마구 부추긴 결과...
양복사러 갔다가 자기 옷만 연신 사댔다고 투정아닌 투정을 하는 아내에게 흐믓한 미소 한방 날려주고
갈 곳이 있다며 팔을 잡아끄는 아내에 의해 정말 오래간만에 서점엘 갔다.

실로 오래간만의 서점 나들이...
매일같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 했던 바... 나 스스로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잠시 건내고
이내 책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보고싶은 책, 갖고싶은 책... 너무 많아 고심에 고심을 하던 찰라
언제 다가왔는지 부인님께서 나타나시어 덮석덮석 내가 내려놓았던 책들을 바구니에 옮기시며 한마디 하신다.
"이제 PMP끊고, 당분간 책이나 파쇼~!!!"

수호지, 무지개원리, 7가지 습관, 단테의 신곡, 브람스 어쩌고, 채근담... 이렇게 사들고 집으로 왔다.
방 한켠에 자리잡은 책장에 하나하나 책들을 꽂아 넣을때의 희열감이란... 실로 오래간만의 기쁨이었다.
어떤 책을 먼저 볼까... 고심하다가 지옥 이야기를 다룬 단테의 신곡을 빼 들었다.
한장한장 책장을 넘기며 잊었던 여유를 찾은 것 같아 서점으로 안내해 준 아내에게 많이 고마웠다.

시끌벅적 파티를 한것도 아니고, 여느 사람들 처럼 스키장이나 놀이공원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 같아 월요일같은 수요일... 기분 좋게 일 할 수 있는 것 같다.

늦었지만...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