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2Cm의 진보...
- 카이트
- 조회 수 121
- 2006.12.26. 18:50
키가 몹시 크다는 이유로 낮은 구두만 신고 몇 십 년을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내가 너무 땅에만 달라붙어 있었다고 생각되어서
평소보다 2 센티미터쯤 굽이 높은 구두를 사 신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늘 멍해 보이는 김씨의 얼굴이 약간 높은 각도에서 보면
의외로 예리한 표정을 감추고 있더라는 것에서부터,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압도하던 팔차선 도로의 자동차 물결들도
2센티미터만 위에서 보면
조잡한 장난감 대열처럼 왜소하게 파악되더라는 것까지,
달라 보이는 풍경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주 조금만 하늘 가까이 갔을 뿐인데,
너무 조금 눈의 키를 높였을 뿐인데,
시도한 것에 비해 주어진 인식의 변화는
한동안 나를 휘청거리게 할 것 같다.
눈의 높이야 당장이라도 굽갈이를 하면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정신의 높이를 2센티미터,
아니 1센티미터 높이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만큼의 진보를 위해서
우리가 바쳐야 할 눈물과 상처는 얼마여야 할까.
2 센티미터의 진보 - 양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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