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프랑스)과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축구판을 지휘했던 최고의 중원 사령관. 좀체 우열을 가릴 수 없어 한 하늘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두개의 찬란한 태양이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세계 축구팬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빅매치. 6일 새벽 4시 독일 뮌헨에서 열릴 프랑스－포르투갈간 독일월드컵 4강전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은퇴를 앞둔 두 노장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지단과 피구는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 1972년생으로 34살 동갑이다. 알제리계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이민자의 어려움을 겪었던 지단, 포르투갈 리스본의 노동자 거주지에서 태어난 피구. 축구를 시작한 동기도 똑같았다. ‘축구로 성공하자.’ 프로데뷔도 17세때 했고 자국리그에서 ‘빅리그’로 진출해 한껏 만개한 것도 비슷하다.


피구는 8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우승 멤버. 이른 바 90년대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이끈 ‘골든 제너레이션’의 선두주자다. 89년부터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 6년, 95년부터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6년. 그리고 2000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당시 세계 최고인 5천9백만유로(7백13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지단은 96년 보르도(프랑스)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유벤투스를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례, 4강 1차례에 올린 뒤 2001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무려 7천3백만유로(8백83억원)로 한해전 피구의 몸값을 뛰어넘는 당시 역대 최고였다.


2명의 최고 중원사령관이 한데 뭉친 4년. 레알 마드리드는 ‘축구 지구 방위대’였다. 스페인리그 우승은 기본. 마드리드를 2001~200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것도 지단과 피구였다. 지단은 유벤투스 시절인 98년,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2000·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가 됐다. 피구도 2001년 같은 상을 탔다.


개인적으로는 엇비슷한 영화를 누렸지만 대표팀 성적에서는 지단이 많이 웃었다. 지단은 98년 프랑스월드컵,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0)을 제패했다. 하지만 피구는 성인대표로 우승 트로피를 만져본 적이 없다. 다만 2004년 자국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그리스에 패해 ‘작은 트로피’만을 만져봤을 뿐이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팬의 성원 속에 나란히 복귀한 지단과 피구.


이들은 뮌헨의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 직전 양팀 주장의 자격으로 센터서클에서 악수할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격에 맞게’ 유니폼을 바꿔입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명은 웃겠지만 다른 쪽은 패배의 아픔을 삭이며 울지도 모른다.


최대 관심사는 누가 이겨 마지막에 웃음 짓느냐는 것이지만 막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 세계 축구팬의 마음은 아쉬움으로만 가득찰 것이다. 다시는 두 태양의 투혼의 맞대결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루이스 피구


▲생년월일=1972년 11월4일 ▲국적=포르투갈 ▲신체조건=1ｍ80·75㎏ ▲프로경력=스포르팅 리스본(1989~1995)·바르셀로나(1995~2000)·레알 마드리드(2000~2005)·인터밀란(2005~) ▲A매치 데뷔=1991년 10월12일 ▲A매치 성적=125경기(32골) ▲수상경력=2001년 FIFA 올해의 선수


▷지네딘 지단


▲생년월일=1972년 6월23일 ▲국적=프랑스 ▲신체조건=1ｍ85·78㎏ ▲프로경력=칸(1989~1992)·보르도(1992~1996)·유벤투스(1996~2001)·레알 마드리드(2001~) ▲A매치 데뷔=1994년 8월17일 ▲A매치 성적=106경기(29골) ▲수상경력=98·00·03년 FIFA 올해의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