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몸짱 시대는 갔다. 이제는 동안(童顔)이 최고다.’
우리 사회에 ‘동안(童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3~4년 전부터 시작된 얼짱, 몸짱 열풍 대신 올해는 동안이 새 트렌드로 확실히 잡리잡아가고 있다.

동안에 대해 과거 “어린애 같다” “무게 없어 보인다”는 부정적 인식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어리고 싶은 마음’이 외모경쟁력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한 코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B미용실에 근무하는 민혜진(31)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려 보이게 해달라’는 손님들 때문에 고민이다. 민씨는 “중년 여성은 물론이고 40대 남성들까지도 요즘에는 ‘동안’으로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이다”며 “얼굴 형태에 따라 머리 스타일이 달라져야 하는데 ‘무조건 어리게’를 강조하는 손님들 때문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들의 마음도 동안(童顔) 열풍 속으로 서서히 ‘이동’ 중이다.

P기업에 근무하는 이지환(42) 씨는 최근 허리라인이 강조된 양복을 세 벌이나 맞췄다. 이씨는 “1년간 꾸준히 운동하며 살을 뺐더니 외모가 한층 어려 보이고, 이제는 몸에 딱 붙는 양복을 소화할 만큼 경쟁력이 생겼다”며 “늙어 보이면 명퇴를 당할까봐 외모를 가꾸는 상사가 한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 동안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40대 이상 남성화장품 구매비중은 2002년 10%에서 2005년 23%로 크게 늘었다.

또 지난 설 연휴에 방송된 ‘전국 동안선발대회’는 시청률이 16.6%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마흔살 넘은 주부가 20대로 보이는 등 출연자들의 놀랍도록 어린 얼굴에 시청자들은 충격과 함께 부러움을 쏟아냈다.

동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이버 상에도 관련 카페가 10여개나 생겨났다. 이곳에선 얼굴을 동안으로 만드는 화장법이며 관리법, 체험사례 등이 소상하게 올려져 있다.

병원에도 젊어지기 위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강남 C피부과에 근무하는 황윤희(32) 씨는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이 나이보다 최소한 몇 살은 더 어려보이는 젊은 외모를 원한다”며 “40대 중년 남성들의 피부관리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력과 학력을 중시했던 결혼시장에서도 동안은 배우자감 1순위를 달린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커플매니저 김혜련(33) 씨는 “요즘은 맞선장소에서 ‘미인이시네요’라는 말보다 ‘어려보이네요’는 말이 상대를 기분좋게 해주는 최고의 칭찬멘트가 됐다”며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사람은 맞선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