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얼음골에서 표충사까지 이어지는 밀양 재약산 산행
- ▶◀[독도]배꼽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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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27. 10:33
경상남도 밀양에 자리 잡고 있는 재약산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취서산, 가지산, 신불산 등과 더불어‘영
남 알프스’를 이루는 명산이다. 재약산의 최고봉은 수미봉(해발1,108m)으로 이 주변에는 우리나라 최대
의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사자평고원이 펼쳐져 있다.
재약산을 오르는 대표적인 코스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즉, 얼음골에서 출발해 가마볼협곡-사자봉-수 미봉-옛 고사리 마을-층층폭포를 거쳐 표충사로 내려오는 코스와,반대로 표충사를 출발해 내원암-진불암 -옛 고사리 마을-수미봉-사자봉-가마볼협곡을 거쳐 얼음골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다. 등산에 소요되는 시 간은 두 코스 모두 약 6~7시간이지만 보다 여유롭게 등산을 즐길 요량이라면 아무래도 얼음골에서 출발 해 표충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는 가지산 도립공원의 관문이기도 하지만 밀양에서 얼음골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밀양에서 남명리까지는 약25km, 남명리에서 얼음골까지는 약4km. 천연 기 념물 제224호로 지정되어 있는 얼음골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신비스런 곳이다. 해마다 4월부터 무더 위가 한층 기승을 부리는 8월까지 돌무더기 속에서 얼음이 얼기 때문이다.더욱 신기한 사실은 실제로 얼 음이 얼어야 할 겨울에는 반대로 따뜻한 온기가 스며 나온다는 것이다. |
는 "바윗돌 틈 속 공기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 한 상태에서 땅 속의 차가운 바위들을 스치며 급격히 냉각되었다가 역시 차가운 지하수와 만 나 얼음골에 와서 순간적으로 배출되면서 영하 로 내려가는 현상"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700m 지점에 자리 잡은 얼음골 일대가 크고 작 은 돌 무더기 계곡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 한 여름에도 1분 이상 손, 발을 담그고 있기 어려 울 정도로 계곡물이 차갑다는 것 등이 이 같은 추론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학자 들이 얼금골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 해 우리나라의 불가사의한 자연현상 가운데 하 나로 남아있다. 얼음골은 사과의 명산지로도 유명하다. 우리나 라 곳곳에 청송, 안동, 황간, 예산 등과 같은 대표적인 사과 명산지들이 있지만 특히 얼음골 사과는 다른 지역의 사과들 보다 당도가 월등 히 높은 것으로 정평이나 있다. 일교차가 크고 한여름에 서늘하다는 좋은 기후특성을 갖고 있 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음골사과는 "부사"라는 고유의 품종보다는 오히려 "꿀사과" 라는 이름 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얼음골을 지나면서부터 그야말로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요상스런 등산로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돌무더 기 계곡. 마치 누가 실어다 놓은 듯한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이 얼음골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등산 객들은 덜컥거리는 이 계곡길을 따라 가마볼협곡을 지나게 된다.마치 지옥훈련을 받는 듯한 난코스에 정 신을 빼앗겨 가마볼협곡의 비경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가마솥을 걸어도 될 정도로 골짜기의 폭이 좁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가마볼협곡. 이 골짜기를 힘겹게 오 르다 보면 등산로 근처에서 조그만 동굴을 하나 만나게 된다. 이 동굴의 이름은 동의굴. 바로 동의보감 의 저자인 허준 선생이 스승인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했다는 곳이다. 물론 그 사실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기록이나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여름에도 오싹함을 느낄 만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이 같은 추 측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해마다 8월이면 얼음골 일대에서 "동의보감" 탄생을 축하하는 행 사인‘얼음골 동의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가마볼협곡을 지나 산등성이에 오르게 되면 오솔길 같은 등산로가 사자봉(해발 1,189m) 정상까지 이어진 다. 사자봉 정상에 서면 영남 알프스의 연봉들이 아스라이 한눈에 들어오고, 군데군데 무리를 이룬 억새 밭 물결이 잠시 정신을 혼미스럽게 한다. 하지만 노련한 등산객들은 사자봉 정상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건너편의 수미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수미봉 아래에 있는 옛 고사리 마을(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음)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 갈래로 나누 어진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낸 군사도로가 그 하나이고, 다른 길은 옥류동천 계곡을 따라 층 층폭포를 지나는 등산로이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옥류동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지루하지 않고 곳곳에서 설악산이나 지리산 못지않은 비경들을 만끽할 수 있 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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