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준현]

2009년 발행 예정인 고액권의 인물 초상 후보로 김구.신사임당이 유력시되고 있다. 최종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투명하지 못한 절차와 유력한 화폐인물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발표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한 정부와 한국은행은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최종 발표 시기를 다음 달 10일 전후로 또 한번 늦추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10만원권 초상 후보는 김구 선생, 5만원권은 신사임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재경부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다만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난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구 선생의 경우 일반인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현대사 학자가 "아직 역사적 의미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인물을 화폐인물로 선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사임당은 여성도 화폐인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여론을 업고 최종 낙점이 유력하다. 하지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개 여성단체는 23일 공동 논평을 통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성 화폐인물 중에는 유관순이 적합하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고액권 인물 선정이 이처럼 혼선을 빚는 데에는 한은의 책임이 크다는 평가다.

한은은 화폐도안자문위원회가 추천한 1차 후보 20명을 대상으로 국민 여론조사(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와 학계.사회단체의 전문가(150명) 의견조사를 거쳐 2차 후보 10명을 선정했다. 10명에 대한 네티즌 의견을 묻는 게시판도 만들었다.

하지만 한은은 1, 2차 후보를 선정한 자문위원회의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윤리교육과 박효종(정치학) 교수는 "고액권 인물 초상 선발 과정이 마치 선호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미인대회'를 연상케 한다"며 "국가의 영웅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면서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자신들이 계획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기 내에 결말을 내려는 현 정부의 행태가 고액권 인물 초상 결정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김준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take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