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펌) 한류 자장면
- [강]로장_생크
- 조회 수 124
- 2005.10.18. 17:50
요즘 중국에는 ‘대장금 열풍’이 뜨겁다. 사극 대장금이 지난달 후난(湖南) 위성TV를 통해 중국에 방영되기 시작한 뒤 중국에는 대장금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대장금에 나오는 대로 약을 지어달라는 중국인이 있는가 하면 주인공인 이영애처럼 얼굴을 고쳐달라는 중국 여성도 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삼계탕 신선로와 같은 한국의 궁중요리가 중국에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리대국 중국에 음식 문화를 앞세운 한류가 불고 있다. 그러나 음식 문화의 한류는 자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으로부터 한국에 건너온 지 100년째를 맞은 한국의 자장면이 자장면의 본고장 중국으로 역류하고 있다.편집자 주
한국인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베이징의 왕징(望京)에는 1990년대 말부터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 중화요리점은 최근 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자금성 몽짜장 금정 은해성 왕징짜장 일미손짜장 일품짜장 동해루 등 한두 곳이 아니다. 골목만 돌면 자장면을 파는 집이 보일 정도다. 왕징뿐만 아니다. 한국유학생이 많이 모여 있는 베이징 우다커우(五道口)에도 자장면집 간판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煙臺) 상하이(上海) 선양(瀋陽) 등 한국인이 진출한 곳이면 어디를 가나 자장면을 만드는 집이 큰 간판을 내걸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자장면을 만드는 중화요리점에는 한국인만 오는 게 아니다. 곳에 따라 다르지만 3명중 한 명은 중국인 손님이다. 이들 중국인은 사람에 따라서는 중국의 원래 자장면보다 한국자장면을 더 좋아한다.
1905년 인천의 청나라 조계지(외국인 거주지역)에서 중국인이 경영하던 중국음식점 공화춘에서 자장면을 판 지 100년 만에 한국자장면이 중국으로 흘러들면서 자장면의 역사가 다시 쓰이고 있는 것이다.
◆‘800년 고도’ 베이징을 대표하는 자장면=물산이 풍부한 곳에는 요리가 발달한다. 원나라가 수도로 정한 뒤 800년 동안 중국의 정치중심지였던 베이징에도 요리가 발달했다. ‘베이징 덕’으로 불리는 구운 오리요리인 ‘카오야’도 베이징에서 탄생한 요리다. 자장면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카오야가 고급 요리라면 자장면은 서민 음식이다. 쌀보다는 밀이 많이 생산되는 중국 화북 지방에서는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국수요리가 유난히 많다. 자장면이 만들어진 것도 이 같은 지역적인 특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도 베이징에는 ‘라오베이징 자장미엔(老北京炸醬麵·전통 베이징 자장면)’이라는 간판을 내건 자장면 전문집이 곳곳에 있다. 자장면은 베이징의 ‘자장미엔(zha jiang mian)’이 한국식으로 변한 이름이다. 베이징의 자장면은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河北)·산둥(山東)성 등지에서도 오래전부터 서민의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에는 지금도 남방이나 북방 지역에서는 자장면을 별로 먹지 않는다. 한국에는 중국인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 구한 말 산둥 출신의 중국인들에 의해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 청나라 조계에서 문을 연 공화춘은 이를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그러나 베이징의 자장면은 한국 자장면과는 크게 다르다. 베이징의 자장면은 한국자장면보다 물기가 없는 덜 익힌 듯한 국수에 짠 춘장을 한 숟가락 정도 얹어 비벼 먹는다. 중국 자장면은 한국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짜다’는 느낌만 들 뿐 좀체 ‘맛있다’고까지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맛있게 자장면 한 그릇으로 한 끼를 때운다. 현재 중국자장면 값은 베이징에서는 한 그릇에 5~8위안(1위안=약 120원)에 팔린다.
◆중국에 상륙하는 한국자장면=한국자장면은 요리재료에서 중국자장면을 압도한다. 중국자장면에는 없는 고기와 야채를 넣고 춘장에도 캐러멜을 넣는다. 요리재료가 풍부하니 맛은 둘째 치고 적어도 외양에서 영양식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한국의 자장면이 중국에 상륙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자장면의 본고장 베이징에서 큰 규모로 한국자장면을 처음으로 판 곳은 ‘자금성’. 베이징 왕징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왕징신청(望京新城)에 있는 자금성은 1999년에 문을 열었다. 박광자 자금성 사장은 “개업 후 한국 사람은 물론 중국인까지 몰려들면서 한 때 줄을 서서 기다려 자장면을 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자장면은 중국인에게도 신기하게 받아들여졌다. “당시만 해도 한국자장면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재료가 귀했던 까닭에 추장을 비롯한 재료는 국내에서 중국으로 직접 공수해 와야 했다”고 박 사장은 말했다.
이후 자장면을 만드는 집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왕징 지역에만 7~8 군데의 자장면집이 성업 중이다. 이들 중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도 있지만 중국으로 돌아온 화교와 조선족이 경영하는 곳도 있다. 조선족은 원래 한국자장면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내 조선족도 한국에서 또는 중국 내 한국인이 경영하는 중화요리점에서 자장면 조리법을 배운 후 독자적으로 중국 내 한국자장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칭다오 웨이하이 옌타이 상하이 선양 등지에도 자장면을 파는 중화요리점은 10여 군데에 이른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자본이 중국에서 자장면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움직임도 보인다.
더 주목되는 것은 최근 한국자장면이 더 빠른 속도로 중국에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 문을 연 한국식 중화요리점뿐 아니라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도 자장면을 팔고 있다. 최고급 코스 한식에도 자장면이 들어간다. 조선족의 한식당에는 자장면이 아예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박 사장은 “중국에서 한국자장면의 역사는 아직 시작단계일 뿐”이라며 “조만간 중국 식당에서도 한국자장면을 먹게 될 것”이라며 “조선족이 한국자장면을 배웠듯이 중국인도 한국자장면 조리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호원 특파원 hkang@segye.com
ⓒ 세계일보 & 세계닷컴(www.segye.com),
- 11.jpg (File Size: 19.7KB/Download: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