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달라…가이드 붙여라” 한국 높은분들 골치

[경향신문 2006-06-24 06:24]    
독일에 원정응원을 와 있는 붉은악마와 여행객의 안전문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한 정부관계자가 23일 푸념했다.


“여행객 안전문제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요즘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더 힘들어요.”


한국의 ‘귀빈(VIP)’들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1승1무로 선전하자 한국에서 온 소위 ‘높으신 분’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을 이용, 여·야 의원 10여명이 23일 한국－스위스전을 관람하기 위해 하노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토고, 프랑스 전까지 포함하면 20여명 안팎의 국회의원이 독일을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독일 내 행태를 들어보니 ‘그러면 그렇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전약속 없이 입국한 뒤 보좌진을 통해 주독 한국대사와의 식사약속이나 접견할 수 있는 공식일정을 만들어달라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라고 했다. 축구 입장권이 없는데 표를 구해달라는 부탁부터 차량확보와 숙소섭외, 심지어 관광을 위한 가이드까지 붙여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정부 고위인사 수행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불가능한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예컨대 경기장 입장권의 경우 의전을 이유로 본인 외에 통역관, 비서진, 경호원이 동석할 수 있도록 입장권을 더 많이 확보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망신만 샀다. FIFA 규정상 주요 인사의 배우자에 한해서만 추가로 자리를 내주게 돼 있다. FIFA가 이런 ‘전례 없는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 것은 물론이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응원문화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한국의 ‘높은 분’들의 수준만큼은 나아지지가 않는 것 같아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