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교통사고를 당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김모씨(52)는 골절 등 신체 치료는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과거의 기억을 자주 잃는 증상을 보였다. 사고에 따른 스트레스로 여겼던 김씨는 병원에서 뇌충격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증상' 판정을 받았다. 치매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사고로 인한 치매증상은 치료가 가능해 약물치료 등을 받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노인성 질환으로 생각되던 치매가 40~50대 중장년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가 더 이상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다양한 장기간병보험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험개발원은 26일 '건강보험 통계분석자료집' 등을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치매 환자 수가 2002년 4만7747명에서 2009년 21만5459명으로 7년 새 4.5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중장년층 치매 환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40대 치매 환자 수는 2009년 1674명으로 2002년 928명과 비교해 1.8배 늘었다. 50대는 2002년 2618명에서 2009년 7676명으로 2.93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치료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누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등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매의 경우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감염질환이나 뇌질환, 사고, 영양결핍 등으로 발생한 치매는 치료가 가능하다. 중장년층의 치매는 노인보다 치료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무영 순천향대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40대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중장년층의 경우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치매현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중풍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대일 경희대병원 신경과장은 "치매는 병명이 아니라 인지능력이 저하된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중장년층의 치매환자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치매 발견율이 늘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중장년층이 치매에 걸리면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손실과 오랜 기간의 치료 및 간병으로 인한 고통이 더욱 크다는 게 보험개발원의 분석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치매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상품은 전체 보험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27%에 불과하다"면서 "보험사들이 장기 요양보험을 보완하는 다양한 장기간병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