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고유가가 지속되고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적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LPG 차량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실제 휘발유는서울 지역 주유소에서 ℓ당 가격이 1,500원 안팎인 데 비해 LPG는 ℓ당 75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LPG 차량은 ℓ당 주행거리가 휘발유나 경유 차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반드시 경제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이 60% 이상 줄어든 LPG 차 시장이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의 ‘카렌스’는 1~9월 7,273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7,120대보다 2.1% 증가했다.

GM대우차의 ‘레조’도 1~9월 3,884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1.6%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카렌스의 경우 6월 판매량은 653대에 그쳤지만 7월에는 1,381대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레조도 7월 이후 판매량이 증가 추세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과거의 감소세를 감안하면 놀랄만한 반전이다. 카렌스는 지난해 판매량이 9,201대로 2003년의 2만5,429대보다 63.8%나 감소했고, 레조의 지난해 판매량도 4,938대로 전년 대비 72.8%나 줄었다.

이처럼 급감하던 LPG 차량 판매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7월부터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LPG 가격이 휘발유 대비 5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LPG의 상대적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기아차는 이러한 LPG 차 인기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카렌스 후속 모델(개발 프로젝트명 UN)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LPG는 연료비가 싸도 연비가 좋지 않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배기량 2,000㏄를 기준으로 할 때 휘발유 차의 연비가 9~10㎞ 정도라면 LPG 차의 연비는 6~7㎞ 밖에 안 된다. 경유(디젤) 차의 연비(12~13㎞)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ℓ당 가격은 싸더라도 연비가 안 좋다면 결국 연료비는 더 들 수도 있다.

실제 기아차의 휘발유 차인 ‘뉴 옵티마 2.0’과 경유 차인 ‘스포티지 2.0’, LPG 차인 ‘카렌스 Ⅱ LPG 2.0’를 1년에 2만㎞씩 앞으로 5년간 탈 경우의 총 연료 유지비를 계산해 본 결과 LPG 차가 경유 차보다 연료비가 더 들었다. 카렌스 Ⅱ LPG 2.0의 총 연료비가 1,071만원이나 나온 데 비해 스포티지 2.0의 5년간 연료비는 946만원에 불과했다.

또 뉴 옵티마 2.0의 5년간 총 연료비는 1,562만원으로 추산됐다. ℓ당 가격은 휘발유 1,500원, 경유 1,125원, LPG를 750원으로 잡고,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현재 100:75:50인 휘발유:경유:LPG 가격이 내년엔 100:80:50으로, 2007년에는 100:85:50으로 바뀌는 것을 모두 감안한 수치다.

이는 뉴 옵티마 2.0의 연비가 ℓ당 9.6㎞이고 스포티지 2.0의 연비가 ℓ당 13㎞인 반면 카렌스 Ⅱ LPG 2.0의 연비가 ℓ당 7.0㎞에 불과한 데에서 기인한다. 결국 5년 정도 운행할 생각이라면 LPG 차 보다는 경유 차가 더 낫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LPG 차는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는 데다 충전소가 적어 이용하는 데에 다소 불편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휘발유나 경유 대비 LPG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LPG 차량의 판매가 늘었지만 연비 등을 감안하면 LPG 차의 경제성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LPG 차의 가격이 휘발유 차나 경유 차에 비해서는 100만~300만원 정도 저렴한 만큼 2~3년 정도 탈 실속형 구매자라면 고려해볼 만도 하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