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3억에 1조원대 PDP기술 中 넘겨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설비 관련 자료를 중국 업체에 유출한 전 대기업 간부가 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현호 부장검사)는 자기가 다니던 회사의 PDP 생산설비 자료를 중국 업체에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직 대기업 간부 정 모씨(49)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정씨는 LG전자 PDP 사업부 생산기술그룹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 7월, 각종 장비의 배치도 등 생산설비가 담긴 컴퓨터 파일 1180여 개를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복사해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넘긴 생산설비는 PDP 다면취 공정(유리원판 1장에 여러 장의 PDP를 잘라 낼 수 있는 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해당 중국 업체는 그동안 다면취 공정 관련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부터 8면취 공정의 PDP 모듈을 중국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는 2005년 9월 회사를 그만둔 뒤 지난해 2월부터 연봉 30만달러를 받고 해당 중국 업체의 기술고문직을 맡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중국 업체에 관련 내용을 업무보고 하는 등 기술고문 역을 수행했다.

정씨는 지난달 22일 중국으로 출국해 PDP 모듈 생산라인에 설치될 장비의 세팅작업에 대한 자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보다 3일 앞선 지난달 19일 체포됐다. 또 검찰은 지난해 2월 정씨에게 공장 건축 설계도 파일 2200여 개와 전력 설계 자료 등을 넘겨준 혐의로 정씨의 부하 직원이었던 박 모씨(41) 등 같은 회사 전ㆍ현직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중국 업체가 이 기술을 이용해 PDP 패널을 생산할 경우 해당 전자회사는 앞으로 3년 동안 매출액 감소로 1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모씨 등이 정씨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정보 유출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에 대한 별다른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안의식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것은 공장 설립에 필요한 기초 설계"라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두고 있지만 빼돌리겠다고 작정하면 완벽하게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제도적인 보완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