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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터넷 뉴스에서 감동적인 글을 봤네요.

"아버지! 당신을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실종된' 기억 찾기

[오마이뉴스 김정혜 기자]

재작년 겨울, 아버지는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셨다.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 채 길바닥에 쓰러져 계셨고, 119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아버지 머리에 가득 고인 피를 제거하는 데는 무려 9시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으며, 수술이 끝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몰라도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았다. 하지만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이미 우리 가족들로부터 이방인이 되어 계셨다.

기억상실증. 우린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믿을 수 없었던 건 비단 그뿐만 아니었다. 60세를 넘기신 아버지는 6살 딸아이처럼 되어 있었다. 아니 딸아이보다 더 어린애가 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리적인 것을 감지하지 못하셨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셨다. 조금만 기분이 상하시면 입에 담기조차 창피한 욕설을 일삼으셨다.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 혼자 수발하시는 게 너무 버거워 보여 부모님을 우리 집 곁으로 모셔왔다. 그리고 어머니와 나는 하루 24시간 번갈아 가며 아버지의 그림자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소변이 범벅된 옷을 벗지 않으려 떼를 쓰며 욕설을 퍼부으셨다. 어머니께서 그런 아버지를 붙잡고 나는 온 사력을 다해 아버지의 옷을 벗겨낸다. 하지만 그 일을 반복할 때마다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팔과 다리에 맞아서 시퍼렇게 멍이 들곤 했다.

매 끼니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차려 드려도 아버지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그래서 아이도 없는 우리 친정집에는 항상 아버지를 위한 군것질거리가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정기검진을 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할 때면, 아버지는 행여 당신을 어디다 내 버리러 가는 줄 아시는지 야윈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눈물을 흘리셨다. 아버지의 그런 애처로운 모습은 딸자식인 나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기억력은 잠시 실종된 것이지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가족들의 노력이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그래서 우리 가족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도시락을 포장하는 10원짜리 부업이었다. 도시락 포장은 하루 종일 손을 움직여 정신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분산된 정신을 한곳에 집중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수를 헤아리며 박스에 담아야 했기에 아버지에게 수를 헤아리는 훈련을 시킬 수 있었다. 나는 일을 하는 내내 아버지에게 우리가 자라면서 아버지와 함께 울고 웃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매일 반복해서 들려 드렸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매진하는 나를 어머니도 남편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매몰차고 비정한 딸이라며 예리한 송곳 같은 말들로 상처 난 내 가슴을 찌르곤 했다.

… 어떻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에게 일을 시키냐고, 돈이 그렇게 소중하냐고….

그러나 나는 언젠가 어머니와 남편이 찢어지는 내 가슴을 이해해 주리라 믿으며 아버지의 뇌 속에서 실종된 기억들을 찾아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렀다. 하지만 아버지는 밤이 되고 새벽이 되면 뜬금없이 어디론가 가시겠다고 억지를 부리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정으로 달려가 아버지를 어르고 달래서 아기 재우듯 재워드려야 했다.

하지만 부업을 하는 시간을 늘려 갈수록 새벽녘 아버지의 뜬금없는 억지도 점점 줄어들었다. 더불어 아버지의 뇌 속에선 실종된 기억이 제 자리를 찾아 봄날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싹을 틔우고 있었다.

일을 하시는 내내 그저 묵묵부답, 무표정으로 일관하시던 분이 어느 날 노래를 부르셨다. 추풍령, 백마강, 남원의 애수, 마포종점….

그 옛날 약주를 드시고 오실 때면, 어린 딸을 무릎에 앉히시고 구성지게 부르시던, 잠시 잊고 계셨던 아버지의 애창곡들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부르고 계셨다. 그 옛날 그때처럼.

완성된 도시락을 큰 박스에 담으실 때면 미리 담은 개수를 자꾸만 잊어버려 그 큰 박스를 거꾸로 엎어서 다시 세기를 열두 번도 더 하시던 분이, 이젠 가로줄과 세로줄만을 세어 곱하기를 하셨다. 그렇게 한번 만에 거뜬히 큰 박스를 채우셨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 가시는 걸 기억하셔서 어머니께서 대소변으로 칠갑이 된 아버지 옷을 힘들게 세탁하는 일은 사라져 버렸다.

정기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아버지의 상태를 보신 의사선생님은 우리 가족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거의 1년 만에 이렇게 완벽에 가까울 만큼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말 대단한 가족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다만 아직도 아버지의 몸놀림은 약간 어눌하다는 것 뿐.

아버지는 어눌한 몸을 치료하기 위하여 작년 겨우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셨다. 그리고 올봄. 때 이른 봄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살갗을 따끔거리게 하던 어느 날. 드디어 아버지는 혼자 병원에 다녀오셨다. 현관만 벗어나도 집을 잃어버리기 일쑤여서 아버지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던 날이 정말 셀 수도 없었건만….

아버지는 꼭 1년 6개월만에 당신 혼자서 외출을 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가신 길을 되짚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신 것이었다.

그날 어머니와 나는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홀로서기를 기념하기 위해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까지 크게, 아주 크게 그려 놓았다.

이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신 내 아버지. 요즘도 아버지는 이른 아침 눈을 뜨기가 무섭게 일을 시작 하신다. 여전히 아버지의 18번인 노래들을 구성지게 부르시며 도시락을 포장하고 박스에 담고….

이젠 그만 하시라고 말려도 소용이 없다. 아버지는 실종된 기억을 다시 찾아준 그 일이 너무너무 좋다고 하신다. 그리고 당신 몸을 움직여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신다고 한다.

나는 온전하지 못한 부모님을 앞에 놓고, 정말 이를 악물고 모진 마음으로 일을 하면서 늘 생각했었다.

“언젠가는 이 10원짜리 부업이, 억만금의 행복이 되어 돌아와 줄 것이기에, 아버지와 울고 웃으며 함께한 이 시간이, 우리 부녀지간엔 기름진 행복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기에, 지금 이 시간은 아버지와 나 사이에 참 행복한 추억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와 나 사이에 행복한 추억이 생겼다. 바라건대, 아버지께서 제발 지금처럼만 오래오래 내 곁에 계셔 주었으면 하고 빌어본다.

이 심술궂은 꽃샘바람이 물러가고 햇살이 눈부신 봄이 오면, 온 집안 그득한 도시락 중에서 제일 예쁜 것 하나를 골라 거기에 맛있는 김밥을 가득 담아서 온갖 봄꽃들이 흐드러진 곳으로 아버지와 두 손 꼭 잡고 꽃놀이를 가고 싶다. 더불어 아버지와 나 사이에 또 좋은 추억 하나, 행복한 추억 하나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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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동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어서요..^^;;
우리 모두 부모님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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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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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과일나무 2005.03.31. 16:56
나두 아버님께 전화라두...
[수원]Wolf 2005.03.31. 18:27
마음은 늘 부모님을 향하는데... 항상 못되게 구는 듯해서 늘 죄송하네요...
짱&쵸코맘 2005.03.31. 19:41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
지나고나면 못할말... 지금 당장이라도 하렵니다... ^^*
마음속에만 있는말을 실천으로 옮기게해줘서 고마워요... ^____^
Bohemian 2005.03.31. 21:27
음......
감동 감동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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