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목욕비 3450만원 ‘황당 아파트’
[한겨레] 2007년 10월 90만원, 11월 810만원, 12월 870만원, 2008년 1월 840만원, 2월 840만원, 합계 3450만원.

경기 성남 분당 새도시의 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ㅈ씨가 지난 5개월 동안 관리사무소에 낸 ‘목욕탕 이용료’다.

ㅈ씨는 지난해 7월 이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관리비에서 다달이 쓰는 400만원의 업무추진비 인출 절차와 사용처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표회의 쪽은 “업무추진비 사용은 전혀 하자가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ㅈ씨는 내용증명을 보내 같은 요구를 했고, 대표회의는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대표회의 업무를 공연히 방해해 입주민들까지 피해를 입혔다’며 징계를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회의는 ㅈ씨의 이름과 아파트 동·호수까지 단지 안 게시판과 자체 인터넷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에 ㅈ씨는 지난해 8월 대표회의 임원들을 배임·횡령,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분당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자 임원들은 “주민 대표기구를 무시하고 업무 추진에 훼방을 놓았다”며 “(ㅈ씨와 가족 등) 전 세대원의 단지 안 스포츠센터 사용을 금지하고 무단사용 때는 1회당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한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ㅈ씨는 입주민의 권리를 이른바 ‘집단 따돌림’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시설 안의 목욕탕을 계속 이용했고, 대표회의 쪽은 ㅈ씨의 목욕탕 출입 횟수 등을 계산해 다달이 과태료를 물렸다. ㅈ씨는 과태료가 관리비에 딸려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천만원이나 되는 과태료를 고스란히 물고 있다. 관리비를 연체할 경우 신용불량 등의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ㅈ씨는 “집단이 결의만 하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마저 짓밟을 수 있다는 횡포에 맞서기 위해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ㅈ씨는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단지 안의 스포츠센터 취·등록세를 절세하려는 대표회의의 방침을 탈세 의도가 있는 것처럼 세무당국에 고자질하는가 하면 사사건건 대표회의 업무에 훼방을 놓는 사람”이라며 “주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임원들을 무고하는 것이어서 아파트 공동관리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과태료를 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당경찰서는 ㅈ씨가 고소한 배임과 횡령 혐의 등 3~4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며,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ㅈ씨에 대한 징계 내용을 공표한 대표회의 임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기소(벌금형)했지만 대표회의는 이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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