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세이프모터스에 타이밍벨트 교체하러 왔습니다.
인젝터, 흡기 클리닝까지 하는 터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점심까지 얻어 먹었네요)
얼마전 블랙박스 덕본 이야기나 해볼까 합니다.

지난 가을에 저희 언니가 SM5를 구입했는데,
그참에 블랙박스를 두 개 구입해 언니 차에 하나, 제 스퐁이에 하나 달았댔지요.
뭐 딱히 쓸 일이 있을까 싶기는 했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달아놓고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언니가 뜻밖의 일을 겪었습니다.
언니가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 차선으로 차선을 급히 변경하는 바람에,
놀란 뒷차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뒷자석에 실어둔 모니터가 파손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경우 "비접촉 사고"가 성립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_-;;)

그런데 뒷차 운전자분이 격분해서(!) 신호 대기중에 뛰어와서는
저희 언니에게 갖은 욕을 하고, 운전을 그따위로 하냐, 너 술마셨지 등등의 폭언을 퍼붓고는
당장 저쪽에 차를 세우라고 했답니다.

놀란 언니는 그분이 가리킨 곳에 차를 세우고 5분여를 기다리고 주변을 살폈는데도
그분이 영 나타나질 않았답니다.
그래서 놀란 가슴을 안고 집에 돌아왔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운전자가 저희 언니를 음주 뺑소니로 경찰에 신고해버린 겁니다.
경찰이 집에 찾아오고, 황당했지요.
특히 뺑소니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 아저씨가 차 세우라고 한 즉시 경찰에 신고해서 출동했는데,
저희 언니 차를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주한 것이 아니냐고...

해서 온가족이 나서 열심히 소명하던 중, 퍼뜩 블랙박스 생각이 났습니다.
확인해 보니,

언니가 퇴근해 고속도로를 달려 룰루랄라 퇴근하던 장면들,
차선을 바꾼 정황,
뒷차 운전자가 차 두드리고 언니에게 폭언한 장면,
그분이 세우라고 한 바로 그 곳에 언니가 차를 세우고 기다린 장면 등이
참하게 녹화돼 있었습니다.

소리도 아주 잘 들리더군요.
언니가 라디오 퀴즈쇼 맞추면서 자기가 똑똑하다고 자화자찬하는 소리서부터
생생한 그 아저씨의 폭언까지...

암튼, 블랙박스 덕분에 언니는 음주 뺑소니 혐의를 벗고
차선을 갑자기 바꾼 점을 인정해 모니터 수리비를 변상해 주기로 하고 일을 끝냈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이 참에 저희 언니는 착하게 운전하기로 다짐했구요
(운전 경력 15년, 차선 변경과 과속의 달인...)
이런 일을 겪고보니 블랙박스가 참 이뻐보이네요.
사고가 두려운 분들께 강추드려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