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바람/도무지 남인식
푸르른 녹음(綠陰)
화려했던 계절의 절기
허망(虛妄)한 마음마저
철 지난 계절을 탓하기에 이른다.
잡풀에 어울려
성가심을 뒤로한 채
담장을 힘겹게 줄타기하는
나팔꽃의 초연함처럼
말없이 다가서는
내 젊은날의 술래같은
보랏빛 색상의 초상화(肖像畵)가 되어
정처없이
낮선 거리를 지나는
바람이 된다.
알 수 없는 체념
보고픔의 계류(繫留)된 시선이
낮선 바람을 타고
한줄의 멜로디가 된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래요.
자기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모를 때는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가
그 앞에 서 보면 알 수 있대요. 그 풍경을 누구와 함께 보고 싶은지.
- 김형경《성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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