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삶 그리고 벼랑 턱에 앉아....
- [서경]N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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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烏頭)에 빛나는 봄날의 아침에 새롭게 피어난 잎새처럼 순박하고 가녀린
봉우리 앞에 맺힌 이슬 한 방울 또르르 굴러 내린다.
젊은 날의 무지개 빛 꿈 가슴에 품고 야망의 벌판을 달려 숨 가쁘게 왔지만
한낱 하늘 위 두둥실 떠오른 한 점의 구름처럼 두둥실 떠가는 허무의 나락에서
또 다른 꿈을 꾸며 방황의 늪 속의 길을 헤멘다.
벼랑 끝에 돌아 앉아 바람의 허리 풀어 매고 먼 수평선 건너 은빛 반짝이는
파도의 오욕 질 앞에 허무하게 부서지며 쓰러지는 바다는 말이 없이 긴긴 여정에
목선 올려놓고 끝없는 항해를 위하여 울려 퍼지는 파도소리와 어울려 등대를 떠나며
손짓하는 대해의 고독의 늪 앞에서 새로이 길을 간다.
목선에 항해의 뱃머리 춤을 추고 파도의 향 따라 노래 부르며 너와 나의 꿈과 행복을
만들어 말없는 침묵 속에 영영이별의 다짐으로 풀어버린 마음의 둥지를 만들어 수평선
넘어 아름다운 길을 생각해보면서 가야지.
가야지 가는 길에
고개 넘는 숫한 땀방울 이마를 훔치며 허무의 인생 달려 왔지만 또 다른 허무의
구름다리 타고 밤이 되면 하늘에 날개 달아 은하수 다리 건너 별들이 속삭이는
사랑 안고 울면서 웃으면서 미움도 원망도 가슴 스린 빛바래가는 노을 앞에 고개
숙이며 기도하는 영혼의 뜨락을 바라보며
황금빛 넘치는 풍요와 나눔의 화려한 등불을 밝히며
고독의 아름다운 시선을 받으며
나 거기 중년의 삶 벼랑의 끝에 앉아 노을이 붉게 타며 정열의 혼신이 영혼 앞에 다 달을 때
우리는 바람 타고 떠나온 영혼, 편히 가는 길목으로 총총한 걸음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