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댁에 태극기 다셨나요”
- [경]庚寅白虎[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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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주상복합.1개동 지상 39층 건물에는 단 한 개의 태극기도 내걸려 있지 않았다.건물 31층에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집이 있다.대한민국 산업과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수장의 집이란 사실이 무색했다.
#2.같은 시간 서초구 반포동 J빌라.열 아홉 가구 가운데 유독 한 집의 발코니에서만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한승수 국무총리의 집이다.빌라 관리인은 “이 빌라에는 집집마다 태극기 꽂이대가 설치돼 있지 않다.”면서 “한 총리는 입주할 때 자비를 들여 태극기 꽂이대를 스스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첫 내각 국무총리와 장관들의 ‘태극기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제 89주년 3·1절이었던 1일 서울신문 취재팀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 등 13명(내정자 포함)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주소지를 찾아 확인한 결과,절반 가까운 6명이 태극기를 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태극기를 달지 않은 곳은 이윤호 장관의 집을 비롯해 서울 잠실동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화동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청담동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태원동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집과 자양동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 집이었다.청담동 ‘유시어터’ 건물에 있는 유인촌 장관의 집에는 건물 초입에 태극기가 있었지만 옥상 자택에는 아무 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유시어터는 회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화동 유명환 장관이 사는 아파트는 17층 건물의 11층과 12층,15층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는 반면 13층 유 장관의 집에는 달려 있지 않았다.
유 장관과 이상희 장관은 1일 오전 외교·국방 장관의 공관이 있는 용산구 한남동으로 이사했다.
이에 비해 한 총리를 비롯해 김경한 법무부 장관,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집에는 모두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부자(富者) 내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첫 내각의 절반에 가까운 장관들이 태극기 게양에도 인색하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준 셈이다.참여연대 안진걸 간사는 2일 “몇몇 장관이 고급주택에 살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면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리는 날을 지키지 않는 장관이 국민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김모(25)씨는 “요즘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집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새 장관들은 당연히 챙겼어야 할 일”이라면서 “시민들이 장관들의 윤리적 수준에 대한 기대 수준이 얼마나 낮으면 태극기를 다는 당연한 일을 한 장관들에게 칭찬을 하고 싶어하겠나.”고 되물었다.신모(56)씨는 “헌법에도 우리 정부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나와 있지 않으냐.”면서 “장관들의 애국심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 사건팀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