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19일) 기상청에서 강원도에는 눈이 온다는 예보를 했지만,
“에이 구라겠지...”라는 생각과 막연히 괜찮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11명의 회원이 3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성북역을 출발한 시각이 07시...

여기서는 밝힐 수 없는 에피소드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선두차량(원폴님)의 네비양이 지시하는 대로 별 생각 없이 가다보니,
어느덧 굽이굽이 돌아 만항재(1,330m) 고개아래의 정암사까지 도달,

강원도로 접어들며 조금씩 내리던 눈은 어느덧 굵어지고,
도로는 그동안 내린 눈으로 단단히 다져진 상황에 그 위로 또다시 눈이 쌓이는 형국,
선두에서 거리낌 없이 달리던 원폴님의 차량이 슬슬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니...

지난해 초여름 포천 약사령 및 가평 화악산 오프에서 보여줬던 터프함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고,
이제 막 시작된 완만한 언덕길에서조차 갈짓자를 쓰기 시작하며 전진을 못합니다.
바로 뒤따르던 씨에스민 차량도 신세는 별반 마찬가지...
맨 뒤에서 이 광경을 므흣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저...

이곳까지는 상시4륜으로 달려왔지만 여기서 4륜락을 넣고 엑셀을 살짝 밟아주니,
언덕길 중간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전혀 밀리지 않고 눈길을 박차고 올라갑니다.
동승한 회원들의 격려와 주위사람들의 시샘어린 시선을 의식하며
앞의 두 차량을 요리조리 피해서 선두로 나가서 대기합니다.

차에서 내려 회원들과 미팅한 결과 만항재에 가로막힌 태백산은 포기하고
함백산(1572.9m)이라도 오르기로 결정하여,
만항재 까지 제 차로 회원들을 실어 나르기로 결정...
1차로 네명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니 차가 묵직한게 약간 힘겨워는 하나
바닥을 찍으며 올라가는 느낌이 들며, 해발1,330 고지까지 평균 40km의 속도로 무난하게 올라갑니다.

주행하며 느낀 점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는 대로 잘 따라준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빙판길 주행성능 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하행 길은 상행보다 어려웠고 엔진 브레이크를 쓰며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했는데,
2단과 1단을 계속 번갈아가며 내려오는데, 어느 순간 한번은 2단에서 1단으로 안 들어가 잠시 당황했으나
다행히 서서히 멈출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니 아래쪽은 차량이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더더구나 핸펀도 안터지고
할 수 없이 살살 뒤로 후진하여 언덕을 오르는데, 후진으로도 별 무리 없이 잘 올라가네요.
적당한 곳에서 차를 돌려 핸펀으로 통화하고, 오늘 산행은 무리라는 원폴님의 결정에
만항재에 내려준 사람들을 다시 태우러 올라가서 픽업해 왔습니다.

내려오며 보니 길옆에 앞으로 옆으로 처박힌 차량이 두 대 보이고,
옴짝달싹 못하고 주차돼있거나 체인을 거느라 분주한 사람들이 보이는데,
유유히 살펴보며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약간 긴장하며...ㅎㅎ

잠시나마 남들보다 우월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고 즐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원폴님과 씨에스민 양에게 사과드립니다.
어제 제 차 운전석 쪽 창문까지 열어젖히고 보란 듯이 운전한 점 죄송합니다.
본의가 아니었습니다...^^&